물포자의 첫 물리수업 소감
내겐 친오빠가 있다. 친오빠는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울산과학기술원을 나왔으며, 피트초시에 250점을 받았을 만큼 여러 방면에서 과학탐구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특히 잘하는 과목을 꼽으라면 물리였다. 물리부문에서 고등학교 재학 시절 전국대회에서 1등을 수상해 대통령상을 받고 학교에서 호주로 여행도 보내줬고, 그 수상내역으로 오빠의 동기들이 카이스트에 다수 합격했다고 들었다. 과학고등학교 입학 전 오빠가 중3일 때, 중1인 나에게 물리과외를 해준 적이 있었다. 중학생 시절 갑작스럽게 밀어닥치는 화학, 물리, 생물 중 특히 물리는 무슨 말인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때 한 달 정도 특강을 받고 물리 100점을 받았지만 그것이 내 물리의 마지막 추억이었다.
그리고 피트를 하게 되면서 다시 마주하게 된 물리. 물리라고 하면 아는 게 정말 없었고 그저 이과생들도 싫어한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학원에서 처음 책을 받고 넘겨보니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철수가 이동한 거리를 묻는다던지 영희가 달린 시간이라던지 묻는 문제가 한가득 있었다.
수업을 시작했을 때 변위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다. 내가 아는 것은 이동거리뿐인걸?
그리고 벡터라는 것을 처음 들어봤는데 그때 든 생각은 ‘아 이것이 수학에서 말하는 그 벡터인가?’였다.
가상의 평행사변형을 그려 이것이 실제 의미하는 방향이라고 그려주시는데 일단 그리니까 그걸 그대로 받아 적는 수준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속력과 속도의 차이를 설명해 주셨다.
아니 속도와 속력 같은 게 아니었다고요?
이 짤을 20대 중후반이 되어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속도를 2차원 상에서 표현할 때 반대방향으로 가면 부호를 다르게 한다고 설명해 주셨는데 그것을 들었을 때 마치 내가 중학교 1학년이 된 것 같았다. 수의 개념적 확장으로 인해 자연수 범주에 있던 것에서 정수의 개념으로 확장하며 음수가 처음 등장했다. 그때 당시 도저히 개념이 와닿지 않아 2-6=-4 같은 지금 보면 너무도 쉬운 것을 이해하지 못해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었다. 속도 관련 문제를 처음 접했을 때도 그런 마음이었다. 그래서 일단 내가 선택한 것은 그냥 왼쪽은 무조건 마이너스, 오른쪽은 무조건 플러스로 암기하기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1단원 정도는 아주 쉽지 하는 분위기였고 아무도 질문을 하는 학생이 없었다. 그 수업이 끝나고 나만 질문을 10개 정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