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따라 일기를 쓰는 동생
나와 동생은 함께 살지만, 성격이 너무 다르다. 나를 대표하는 단어는 세심, 예민, 유리 멘탈이라면, 동생을 대표하는 단어는 유쾌, 둔하다, 인기 많음이다. 신기한 것은 동생이 커가면서 은근히 나를 닮아가고 나를 따라 하는 것들이 많아졌다. 한 예로, 동생은 나와 같은 학과에 진학했다. 우리 가족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동생의 선택에 놀랐다. 지금은 졸업하여 나와 같은 직종에 일하며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또한 지금은, 나를 따라 함께 일기를 쓰고 있다.
일단 나는 제대로 일기를 쓰는 것이 올해가 처음이다. 글쓰기, 독서, 기록 등에 항상 관심이 많고 좋아하는 나이지만, 왜인지 일기 쓰기는 괜히 어색하여 좀처럼 도전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냥 잊혀가는 하루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평범한 일상을 부담 없이 적는 일기를 올해부터 쓰기 시작하였다. 내가 일기를 쓴 지 5개월 즈음되었을 때, 동생도 일기를 쓰겠다고 했다. 역시나 의외의 말이다. 나와 동생은 너무 다르다고 했지 않은가. 어릴 때부터 수첩, 문구, 만화책을 좋아하는 나와 달리 동생은 드라마, 옷을 좋아해서 가족끼리 외출할 때에도 나와 아빠는 만화방이나 서점에, 엄마와 동생은 옷가게에 가곤 했다. 그런 동생이 같이 일기를 쓰겠다니. 그것도 다이소에서 같은 다이어리를 색깔만 다르게 선택하여 샀다. 그런 동생이 귀엽다. 그리고 괜스레 나의 어깨가 으쓱해진다.
나는 사실 동생이 가진 것을 많이 부러워하고 동경해 왔다. 지금도 아마 그렇다. 왜냐하면 동생이 가진 것들이 내가 어릴 때부터 너무나도 가지고 싶어했던 점이 참 많다. 가장 부러워했던 것은 성격이다. 나도 동생처럼 삶에서 만나는 작은 사건들은 무던하고 쿨하게 넘길 줄 아는 성격을 가지고 싶어했다. 이렇게 내가 은근히 동경하는 동생이 나를 따라 할 때면, 왠지 나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만 같다. 단순히 내가 일기 쓰는 모습이 재밌어 보여서 호기심으로 시작한 것일 테지만,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같이 여행 가거나 틈날 때 카페에 가면 우리는 약속한 듯 일기장을 꺼낸다. 그리고 스티커를 쌓아둔다. 오늘
내용에는 이 스티커가 더 어울리네, 저 스티커가 좀 더 낫네 하는 우리의 대화는 사뭇 진지하다. 그리고 나는 우리 자매가 다른 이들이 볼 때도 제법 귀엽지 않은가 생각하며 함께 일기 쓰는 그 순간을 기억한다. 글쓰기나 독서에 관심 없던 동생이 일기에 붙일 스티커를 사 와서 자랑한다든지, 가고 싶은 북카페가 생겼다고 말할 때면, 우리가 함께 할 행위가 한두 개씩 늘어나는 것 같아 행복함이 밀려온다. 서로 극과 극으로 다른 줄만 알았던 우리, 꽤 비슷하잖아?
비슷함, 익숙함이 주는 평온함이 곧 행복임을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