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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남 Apr 18. 2023

10. 가자! 녹음실로!

삼십 년 만에 다시 음악을

2017년 8 경, 나는 드디어 결단을 내리고 다니던 택시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평소 나를 성실하게 보시고 친절하게 대해주시던  전무님은 사직 이유를 물었다.

나는 '2년 전 예상치 않게 음악의 충동이 생겨서 작곡을 몇 곡 했어요. 하지만 가수들의 반응이 없어서 내가 직접 녹음을 하여 발표하려고 해요. 녹음을 하려면 편곡과 연습을 할 시간이 필요한데 택시근무를 하면서 작업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한 달간은 쉬면서 음악작업에 몰두하고 싶어요.' 하였다.

그러자 전무님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김 기사님, 기사님 올해 연세65세로 완전히 할아버지인데 뒤늦게 무슨 음악을 하신다는 거예요? 그냥 음악감상이나 하면서 편안하게 사시지 왜 고생을 사서 하시려고 하세요? ' 하였다.

그리고는 조금은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어떤 곡을 녹음하시려고 하세요?' 하였다.

나는 집에서 전화기에 녹음한 'LAZOFE, DEAR MY FRIEND'를 들려주었다.

그는 귀를 기울이며  들어보더니 '무슨 음악인지 잘 이해가 안 가네요?' 하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끝내 사직서를 받지 않고 한번 더 생각해 보라며 나를 회유했다.


집에 돌아오자 강 기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내가 택시를 시작한 이래 사귄 기사 중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얼마 전 그에게 나의 음악활동을 이야기를 하였더니 이해하기 어려워하는듯 했다.

아마도 그가 회사에서 전무에게 나의 사직 이야기를 듣고 전화를 한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자작곡을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계획을 설명하자 그가 흥분했는지 나에게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

'김 기사님, 우리나라에 김 기사님보다 작곡 잘하고, 기타 잘 치고,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수천, 수만 명 있어요. 정신이 어떻게 된 거 아녜요? 정신병원에나 가 보세요!' 하는 거였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당신이  무슨 음악을 안다고 그래? 나는 프로 뮤지션이야!' 하며 화를 내자 그는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가 나의 계획이 걱정이 되어서 하는 행동으로 이해하려고 화해 문자를 보냈다. 

하지만 그는 답장이 없었다.


나는 인터넷에서 거리가 가깝고 비용이 저렴한 녹음실을 섭외해 15일 후로 두 시간만 예약했다.

한 시간은 기타 반주 두 가지와 베이스를 녹음한 후, 다음 한 시간은 코러스 두  가지와 노래를 해낼 계획이었다.

떠오르지 않던 편곡이 날자를 잡으니 떠올랐다.

모두 여섯 가지를  혼자 녹음하려니 많은 연습이 필요했다. 아마도 열흘 동안 이 백번 이상 연습한 것 같았다.

드디어 녹음 예약날이 되었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나는 경비를 아끼려고 택시를 못 타고, 기타를 어깨에 메고 부천행  버스를 탔다.

소사삼거리에서 내려 서울행 버스로 갈아타려고 길을 걷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기타를 메고 가는 나를 흘깃흘깃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순간 내 머리에 '내가 정말 미친 것 인가? 이 나이에? 되돌아 집으로 갈까?' 하는 생각이 번쩍하며 스쳤다.

 나는 '안돼! 지금 돌아가면 다시는 녹음을 못 할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나는 마음속으로 '가자!' 하며 소리를 지르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구로역에서 버스를 내린 나는 애경백화점을 지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낡고 작은 빌딩에 도착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5층에 다다러 문을 열어보려 했으나 잠겨 있었다.

노크를 크게 하자 젊은 사람이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성공하지 못한 K-POP 작곡가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녹음할 곡의 악보를 건네고 여섯 개의 채널을 쓸 계획을 말하자, 그는 이 곡과 스타일이 비슷한 알려진 음악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BOBBY BARE의 DETROIT CITY를 검색해서 들어 보라고 했다.

음악을 들어본 그는 감이 집혔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메트로놈을 틀며 템포를 확인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기타 연주부터 녹음을 시작했다.

두 가지의 기타 연주를 마치고 기타로 베이스를 연주했다.

세 가지의 연주가 모두 끝나자 음향감독이 잠시 쉬었다 하자며 커피를 타 주었다.

시계를 보니 딱 한 시간이 경과되었다.

잠시 후 코러스를 두 가지  녹음하고 나서 노래를 단 한 번에 실수 없이 해 내었다.

역시 열심히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

감독은  '처음에 취미로 음악을 하시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정말 프로이시군요. 혼자서 모든 것을 녹음하는 분은 처음이에요.' 하였다.

감독이 음악을 크게 틀며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녹음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특별히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

감독은 마스터링 하는데 3일 정도 걸리고, 음원을 이메일로 보내겠다고 했다.


이메일을 기다리는 3 일은 정말 길었다.

드디어 이메일로 음원이 도착했는데 너무나 행복했다.

막내누나와 목사님에게 이메일로 음원을 보냈는데, 누나는 '마치 영화가 시작되며 흐르는 음악 같아! 너무 잘 만들었다.' 하였고, 목사님은 '모르는 사람이 처음 들으면 한국어 가사가 나오기 전 까지는 외국의 팝송으로 생각하겠어요' 하셨다.

나는 곧바로 무비 메이커를 이용해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다음날 국내는 물론 해외 음원사이트까지 직거래한다는 음반유통회사와 온라인으로 계약을 맺고 음원을 보냈다.

작곡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첫곡을 발표한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를 방문해 신탁계약을 맺고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드디어 내가 작사, 작곡가로 이름을 올린 것에 가슴이 뿌듯했다.

그날, 구월의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정말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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