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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남 Apr 18. 2023

9. 라조프, 소중한 나의 친구여

삼십 년 만에  다시 음악을

2017년 9월의 어느 일요일 정오쯤, 나는 반포의 고속버스 터미널에 손님을 내려 주고는 곧바로 사거리에서 유턴을 하여 반포대교 고가도로가 보이는 방향에 줄을 섰다.

일요일이라 지방에서 온 손님은 많았다.

횡단보도 신호가 켜지자 많은 사람이 길을 건너왔다.

내 택시에 오십 대 중반의 여성이 탔다.

손님은 '일산으로 가 주세요.' 하였고,

나는 '아예 내비게이션을 치고 갔으면 합니다.' 하자,

'네, 주소 불러 들릴게요.' 하였다.

차가 출발하자 그녀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 출발했어요? 네, 나도 막 택시 탔어요. 거의 비슷한 시간에 같이 도착하겠네요.' 하며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는 나에게 '지금 우리 집이 서교동에서 일산으로 이사를 하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터미널에 왔다가 가는 거예요. 남편도 이삿짐 차와 함께 막 출발했다 하니까 거의 같은 시간에 도착할 거 같아요.' 라며 말했다.

나는 '왜 서울에 살다가 그리 먼 곳으로 이사를 하세요?' 하자,

'저와 남편은 미국에서 오래 살다가 2년 전 영구 귀국했어요. 서교동은 시댁 본가이데 홀로 사시던 시어머니가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예전에는 조용했던 주택가였는데 와 보니 유흥가가 돼버려 밤이면 시끄러워서 못 살겠더라고요. 남편은 아예 한적한 곳으로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모가 살고 있는 일산으로 가게 됐어요. 이모부가 조상 대대로 사시던 곳이라 아직도 밭농사를 짓고 있어요. 우리는 이모부님 동네의 빈집을 사서 리모델링했지요.'

나는 '정말 잘하셨네요. 저도 야간 근무 때는 손님이 많은 홍대에 가지만, 대학가 앞이 너무 퇴폐적인 문화로 바뀐 것 같아요. 젊은이들이 밤을 홀랑 새우고 노는 것이 유행이 되었나 봐요.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토요일 심야 2시경, 북가좌동에 손님을 내려주고  홍대사거리 가까이 왔는데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신사분이 골목길에서  나오셔서 택시를 잡더군요. 손님은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가자고 했어요. 나는 양화대교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서강대교를 넘으려 생각하고 홍대사거리를 넘어 합정역 방향으로 직진을 하니까 손님이 말했어요.

'홍대 앞으로 해서 상수역에서 좌회전하면 가깝지 않나요?'

나는 홍대에서 상수역 사이는 길이 막히는데요? 저는 양화대교에서 강변북로를 타려고 하는데요?'라고 하니까, 손님은 '기사님, 지금 새벽 2시인데 무슨 길이 막힙니까?' 하며 내가 일부러 먼 길을 택하는 걸로 오해하시는 것 같았어요. 나는 '그러시다면 서교동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상수역 방향으로 가겠습니다.' 하며 일 차선으로 변경하여 좌회전을 하였지요. 그런데 50미터쯤 지나니 길이 완전히 막혀 있었어요. 조금 후 신호가 바뀌었는지 차들이 조금 움직였는데 10미터도 못 가서 또 정차했지요. 이 근처는 유명한 실내포차와 클럽이 많은 곳으로 홍대골목 중 제일 붐비는 곳이었어요. 길에는 술에 취한 젊은이들이 비틀거리고 길거리에는 토해 놓은 오물과 플라스틱컵 등의 쓰레기가 즐비했어요.

클럽 앞에는 이 시간에도 입장을 기다리며 많은 젊은이들이 줄을 서 있었어요.

그러자 손님이 저에게 말했어요.

'기사님, 제가 외국에서 살다가 오랜만에 귀국했더니 많은 변화가 있었군요. 그것도 모르고 기사님을 오해해서 사과드립니다. 그런데 대학가에 이렇게 유흥업소가 번창하다니 기가 막히는군요. 저는 미국대학의 교수인데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려면 항상 공부해야지 이렇게 놀 틈이 없어요. 젊은이들이 이렇게 밤을 새워 노는데 열중하면 이 나라의 장래는 없어요. 마치 로마제국의 멸망을 보는 것 같군요.' 하시더군요.'

그러자 손님이 '저도 미국에 오래 있었어요. 그  손님 말씀에 저도 공감이 오네요.' 하며 손님이 자기소개를 습니다.


 '저는 원래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어요. 하지만 졸업 후 할 수 있는 일은 학생들 레슨 밖에 없었어요. 나는 재즈도 좋아해서 미국에 유학을 갔어요. 음대에서 재즈를 공부하다가 남편을 만났지요. 남편은 작곡가이며 색소폰 연주자이에요. 졸업 후 우리는 베이시스트와 드러머를 영입해 콰르텟을 결성해 클럽에서 활동했어요. 남편과 저 사이에는 아이가 안 생겼고 우리는 하고 싶은 음악을 실컷 하고 나이가 먹었지요.

몇 년 전 홀로 되신 시어머니 때문에 남편이 괴로워하자 우리는 귀국했어요. 몇 달 전 시어머니는 돌아가셨고, 남편은 작곡에 열중해 보겠다고 했어요. 그래서 아예 한적한 곳으로 이사 가는 거예요.'

나는 손님이 음악 하신다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용기를 내어 나를 소개했다.


'저는 젊은 시절 15년간 기타리스트로 미 8군 영내클럽에서 밴드 동을 했어요. 나이가 들자 음악으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판단에 다른 직업을 택했었지요. 그런데 10년 전 벌인 사업에 실패하고 택시기사를 시작했는데, 다시 음악에 빠져 2년 전부터 작곡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창작곡을 가수들에게 소개해 보아도 반응은 없더군요.'

제가 만든 곡을 한번 들어보실래요?' 하자, 손님은 놀라워하며 '네, 한번 들어보고 싶네요.' 하였다.

'이곡은 미국에 있는 친구를 그리워하는 노래입니다. 그는 저보다 15세 위인 미국인으로  주한미군  군납계약관 이셨어요. 그는 미군기지클럽에서 활동하는 한국연예인들을 많이 지원해  주셨어요.

그는 우리 밴드의 연주를 좋아했고, 밴드의 리드싱어인 조 선배와 특히 친 했어요.

어느 날 조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미국에 사는 딸의 초청으로  몇 달 후 미국에 갈 계획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번에는 꼭  라조프를 만나고 와야겠다고 했어요.

그는 이십여 년 전 은퇴하여 미국에 갔고, 지금은 홀로 살고 있다고 했어요.

나는 통화가 끝난 후, 오래전 그의 초청으로 용산 미군부대 내의 극장에서 쇼생크 탈출이라는 영화를 같이 본 기억이 떠올랐어요.

나는 곧 그 영화의 이야기를 가사로 써 보았어요.

처음에 독백을 하고 노래가 시작되지요.


친구여! 그 영화의 마지막 면을 기억하는가?

교도소에서 탈출한 친구를 찾아

태평양해변을 맨발로 걷는 그의 미소,

라조프- 라조프-


제가 방에서 전화기에 녹음한 을 들려 드릴게요.' 


음악이 끝나자 손님은, '잘 들었어요, 기사님, 이 음악은 미국 정서의 컨트리음악인데, 기사님 이외에는 소화할 수가 없는 곡이에요. 국내의  유명가수가 불러주기를 기대하지 마세요. 기사님의 목소리에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애환이 묻혀 있어요. 겁내지 말고 욕심을 더 내서 미국시장을  겨냥하세요. 두 번의 독백을  모두 영어로 바꾸세요. 저렴한 녹음실을 섭외해서 연주와 노래 코러스까지  혼자서 해내어 여러 채널을 사용해 디지털싱글을 만들 수 있어요. CD앨범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단 한곡의 음원을  만드는 것이에요. 편곡을 잘하고 연습을 많이 해서 실수를 하지 않으면 짧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어요. 그러면 비용이 적게 들 거예요. 그 후에 음반유통회사를 섭외하여 회원가입을  하면 국내, 국외 음원사이트에 올려줄 거예요. 그리고 컴퓨터의 무비메이커를 이용해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저작권협회에 가입하세요. 만일 기사님의 곡을 가수가 불러서 유행이 되어도 저작권료가 발생해요.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 미국등 선진국들국제저작권협약이  되어 있어요. 그 후 CD를 구워서  사연과 함께 라디오 방송국에 보내 보세요. 혹시 알아요? 작가나 프로듀서 마음에 들면 방송해 줄수도 있어요.'


택시에서 우연히 만난 손님의  충고는 실의에 빠져있던  나의 길을 열어 주었다.

나는 손님의 충고대로 내레이션을 영어로 바꾸었다.


Lazofe, dear my friend.

Do you remember the last scene of that movie?

Find a friend, who escaped from prison.

A smile on his face, walking barefoot, in Zihuatanejo beach,

Lazofe- Lazofe-


이제는 나도 영화처럼 너를 찾아갈 테야

힘들었을 때마다 나를 도와주었던

너는 소중한 친구

라조프-  라조프-


Wait for me, wait for me

You're my best friend wait for me

Wait for me, wait for me

너는 나의 소중한 친구

라조프-  라조프


Remember Lazofe?

He found money and letters where his friend suggested

In the letter, it was written like this

Hope is a goodthing

Maybe the best of things

And no goodthing ever dies

Lazofe-  Lazo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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