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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학실험실의소녀 Jul 31. 2023

상사도 공부를 하더라

손에 들린 책 한 권

몇 초간의 짧은 시간이지만 어색한 공기에 온몸이 휘감아질 때가 있다. 그날 아침 출근길 회사 건물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층수를 나타내는 빨간 숫자가 8->7->6.... 줄어들고 있었다. 마침 바로 뒤 상사가 나타나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평소 친밀한 사이였다면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아침 교통 상황이라던가 날씨라던가 하는 가벼운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혹은 누군가에게는 상사에게 본인을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상사와  일적인 이야기 외에는 절대 말을 섞지 않으며 살갑게 다가서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후 문이 열리자마자 엘레비이터 가장 구석에 가 몸을 기대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사무실까지 올라가는 수초 간의 시간 동안 침묵과 어색함이 낯설었다. 어색함을 피하고자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아래로 향하였고 그때 상사의 손위에 책 한 권이 들려 있는 것이 보였다. 어느 지역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었다. 특정 산업 분야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 같았다.



우리는 모두 부족한 점이 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나의 부족한 점이 계속 노출되곤 한다. 그때마다 나의 허점이 들통나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회사에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한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상사와 1:1 개인 면담을 할 때 나는 "제가 부족해서..."라는 표현을 썼다. 나도 모르게 나 스스로를 낮추는 표현을 쓴 것이다. 그만큼 회사에서 내가 얼마나 위축되어 있는지 느껴졌다. 그때 상사는 담백하게 던졌다. "우리 모두 부족한 점이 있다. 저도 부족합니다."로 시작하며 문제 해결에 대응하는 태도와 사고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가셨다. 상사의 그 한 마디는 나 혼자만 생각한 게 아니라는 것에 조금 위안을 받았고 또 한 편으로는 상사 스스로가 '나 잘났어!'의 거만한 말투가 아니어서 상사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끊임없는 공부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석사 과정을 거친 사람은 자기가 전문가인 양 행동하고 박사과정을 마치면 내가 아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였다. 실제로 박사과정을 마치며 나는 내가 아는 것은 정말 우주의 티클만큼도 안 되는 구나라는 것을 많이 체감하였었다. 아무리 학교를 오래 다녀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사회생활 5.6년이면 직장인도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칭한다.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른 계산이다. 적어도 5.6년 이상의 직장생활 경력을 갖고 있는 내 상사는 소위 사회에서 인정하는 산업군의 전문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독서를 하고 공부를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스친 수초 간의 짧은 지나침 속에 발견한 상사의 한쪽 손에 담긴 책 한 권은 나에게 큰 인상을 남겨주었다.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고 모르는 부분을 채워나가고자 계속 공부하며 채워나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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