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작용

by 이제야

나는 글을 길게 쓰거나 자세한 설명을 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다.

글을 읽을 때도, 영상을 볼 때도, 대화를 할 때도, 요점만 간단히 하는 것보단 세세하게 설명해주는 것을 선호한다.


요점보다는 그 요점이 나오게 된 경위라든가 세부사항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니까.

결과보다는 과정, 목적도 중요하지만 수단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목적이라면 그런 건 폐기.

이런 성향이라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이건 철저히 내 입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만의 일기에서라든가, 나를 충분히 아는 사람이나 이런 식의 소통을 선호하는 사람과의 대화에서는 괜찮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나의 시시콜콜한 세부사항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너무 길어지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는 노력을 포기하게 된다. 나는 나름대로의 정합성을 유지하며 말하지만, 상대는 그저 내가 장황하게 말하는 걸로만 보일 테다.


상대의 반응을 확인하다, 점점 지쳐가는 모습을 발견하면 자신감이 떨어져 간다. 그러면 하고 싶던 말의 내용을 잊어버린다. 그러면 하고 있는 말 자체의 중심이 무너져 버리고 어물어물 대충 마무리 해버리고 만다. 이 시점에는 늘 그런 고민을 했다. '끝까지 내 할 말을 하는 게 나을까? 빨리 마무리 짓는 게 나을까.'


말이든 글이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소통이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의 우선순위.

상대가 기대하는 메시지, 들을 수 있는 능력 혹은 필터.

대화의 장소, 무게감, 분위기.. 이런 모든 것들을 고려해서 가장 오해를 줄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지점을 시의적절하게 찾아야 한다.


그게 어렵다.

정말.




나에게는 소통이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소통 때문에 문제를 겪어왔고, 지금도 그렇다.

미래에도 그럴까봐 두려워 했다.


나는 내 맘 대로 말 할 거야!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의 배려였다. 상대가 일방적으로 배려해주고, 나는 시원하게 말하고. 이건 소통일까?


내가 상대에게 그렇게 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고 나니, 나는 그 사람을 보는 게 부담스러워졌었다.

이유 없이 짜증이 났었다. 그런 내가 싫었다. 그때 왜 내가 그런 기분이 드는 지 알 수 없었다.

이건 감정 뱀파이어인 그 사람만의 문제일까?

계속 받아주기만 하며 속으로는 짜증을 적립하고, 겉으로는 미소짓던 나의 기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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