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하고 있습니다만

금연을 시작하며

by 공교롭


내 나이 43세, 20살 때 배운 담배를 23년간 피고 현재 금연에 도전 중이다. 임신기간을 제외하고서는 2주 이상 금연을 성공해 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현재 금연이 한 달 차가 되어간다는 게 참 감개무량하달까.


임신을 했을 때도 혹여 담배생각이 나면 어쩌지 하는 염려는 초기에 찾아온 강력한 입덧으로 흡연욕구는 말끔히 사라진 대신에 45kg이었던 나의 몸무게는 하루에 다섯 끼씩 먹는 식욕 폭발로 임신 말기쯤에는 80kg을 육박할 만큼 변해있었다.


아무리 임신이라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다 하더라도 금연 후 식욕증가는 보편적인 증상 중 하나이니

몸무게가 많이 늘어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금연 후 미각이 살아나면서 역시나 모든 게 맛있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식사 후 하던 식후땡(식사 후 흡연) 대신에 디저트를 챙겨 먹고 흡연욕구가 올라올 것 같으면 여지없이 달고 짜고 매운 모든 것들을 입에 야무지게 넣으면서 흡연욕구를 마구 눌러댔다. 그리고 나의 염려는 현실이 되어 금연을 시작한 지 3주 만에 4kg이 쪄버렸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살도 전체적으로 분산되는 게 아니라 배와 허벅지에 집중적으로 쪄버리니 체형이 배불뚝이 꼴뚜기나 다름없었다.


비록 가슴도 절벽이고 엉덩이도 좀 쳐지고 멋들어진 골반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지만 그럭저럭 만족하던 마이 몸매였는데 이리 무너져 내려가고 있으니 뭐든 운동을 해보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테니스도 하고 싶고 헬스장 가서

전문 트레이너에게 pt도 받아보고 싶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에 어딘가 기관을 가야만 한다는 것에서 오는 귀차니즘과 스트레스, 비용적인 문제, 그리고 바로 당장 어디 센터를 이용해 상담받아야 할지 서치를 해야 한다는 사실조차도 너무나 번거롭다는 거다.


그때 내가 좋아하는 전직 웹툰작가이자 방송인인 기안 84가 개인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핸드폰 하나만 달랑 들고 나오더니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뒹굴거리며 유튜브나 뒤적대고 있는 나에게 말이라도 걸듯이)


달리라고. 그냥 아무 곳이나 달리기만 하면 돼.


기안 84의 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이키의 유명한 슬로건 just do it 이 생각났다.

달리기만큼 just do it에 부합하는 운동이 몇이나 있을까. 맨몸으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만 나가면 된다.

나이키의 just do it 첫 광고영상도 평범한 80대 할아버지의 달리기로 시작하는 아침풍경이었다.


말로 내뱉어 결의를 다지며 행동으로 옮겨나가 보자며 나는 just do it을 읊조려보았다. 그래! 그냥 하는 거야! 밖으로 뛰쳐나가!!!! 달려!!!


기안 84는 뛰고 나는 뛰지도 않았는데 그 순간 얼음 가득 넣은 맥주가 먹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 달려 나가야 할 지금 왜 돼지고기 앞다리살 넣고 끓인 고추장찌개가 생각나는 걸까. 에라 모르겠다. just do it! 냉장고 문 열어서 재료확인 마치고 순식간에 재료손질하고 후닥닥 고추장찌개 시작.

공부랑 운동 말고 다 just do it 가능한댑요...


흰쌀밥 위에 고추장찌개 얹어서 슥삭 비벼먹으며 내일부터 어디를 달릴지 코스를 생각해 보자.

딱 오늘까지만 쉬고 내일부터!! 진짜 내일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