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 , 롸잇나우
달리기를 시작하려니 just do it 은커녕 아침에 뛸지 저녁에 뛸지, 모자를 쓸지 말지, 밥을 먹고 나서 뛸까, 공복에 뛸까 하면서 이것저것 선택해야 할 것들이 생각이 났다.
이제 유행은 지났을지 모를 미라클모닝도 도전할 겸 이른 아침에 뛰어볼까 잠깐 다짐했지만 역시나
일찍 일어날 자신이 하나도 없단 말이지.
금연과 달리기도 모자라 미라클모닝까지 다짐하면 안 되는 거다. 이것이야말로 과유불급이다.
바우 아침밥 차려주고 학교 보낸 후 슬슬 나가봐도 충분하다.
달리기를 언제 때려치울지 모르니 무턱대고 유니폼이니 러닝화니 살 수는 없다. 집에 있는 것 중에 제일 편하고 너무 후줄근하지 않은 정도의 옷을 입고 나가면 되고 운동화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냥저냥 한 운동화를 신고 나가면 된다.
처음은 가볍게 2km 정도만 뛰고 오자.
그래도 왕년에 중학 3년 내내 교내 계주선수로도 출전 경험도 있었으니 운동신경이 아예 없는 사람은 또 아니니까, 뭐 마음먹고 달리면 그 까이끼 후딱 하고 오지 뭐 대수겠냔 말이다.
오전 9시에 나와보니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 날씨라면 그냥 걷기만 해도 칼로리소모가 꽤나 될 것 같다.
하천을 따라 달리기 전 걸어내려가면서 준비운동으로 허리도 돌려보고 목도 돌려보고 팔목, 발목도 돌려보니 여기저기 안 뻐근한 곳이 없다.
건물외벽에 크게 붙어져 있는 광고판이 보인다.
’ 365일 언제나 파격세일인 000 마트로 오세요 ‘
생각해 보니 월요일 오늘 대파 한 단에 990원, 열무 한 단을 1000원에 판다고 했는데? 너무 늦게 가면 다 팔리고 없을게 뻔하니 지금 나왔을 때 후딱 사가지고 와야 한다. 달리기는 열무랑 대파만 후딱 사고 집에 갖다 놓고 와서 하면 된다.
대파 한 단과 열무 두 단을 사서 종종거리며 집으로 들어왔다. 열무가 억새지도 않고 야리야리하고 깨끗하니 열무김치 담그면 참 맛있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오늘은 열무김치나 담거야겠다.
바우는 열무김치를 참 좋아한다.
30대 들어서 김치맛을 알게 된 나와는 다르게 바우는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부터 모든 김치를 잘 먹었다.
특히나 여름날에는 열무김치를 유난히 좋아했다. 지아빠랑 어쩜 그리 입맛이 똑 닮았는지.
푹 익은 열무김치가 보이면 바우아빠는 사골 우리는 큰 솥에 소면을 가득 삶고는 했다.
시판에서 파는 냉면 육수에 열무김치국물을 본인맛의 노하우가 담긴 비율로 심혈을 기울여 제조하여 열무국수를 완성한 후 푸짐하게 한 상 차려 아들과 먹방이라도 하듯이 먹었다.
야리야리한 열무가 풋내 나지 않게 살살 세척하고 소금을 뿌려 재우려 할 때쯤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햇볕은 더 뜨거워져있겠지.
달리기는 다음으로.
열무김치나 맛있게 담가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