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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5. 2023
왜 참치회는 빨간색이고, 광어회는 하얀색일까?
적근과 백근, 지근과 속근, typeⅠ과 typeⅡ, 체형별 운동
다들 회 좋아하시죠?
저도 부산에 살고 있어서 회를 자주 먹곤 합니다. 오랜만에 고모가 운영하시는 다대포 횟집에서 친척들과 이런저런 얘길 나누던 도중에 둘째 아이가 갑자기,
“아빠는 교수니까 모르는 게 없지? 왜 이 회는 빨간색이고, 저 회는 하얀색이야?”
교수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아빠는 왜 공부 안 하고 티비를 보냐며 그럼 자기도 숙제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게 무슨 회인지도 모르면서,
모든 가족들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일상에서 훅 치고 들어오는 아이들의 질문이 날카로울 때가 많습니다.
“빨간 회는 엄마가 빨개서, 하얀 회는 엄마가 하얘서 그래~ 너도 엄마 닮아서 까맣지?”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는듯하지만, 납득이 가는 대답스킬은 아빠들이라면 공감하실 겁니다. 진지하게 답하면 듣지도 않을 것이고, 대충 얼버무렸다가는 '왜? 왜? 왜?' 지옥에 빠지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넘길 수는 없겠죠? 회 색깔이 다른 이유를 알아보고, 앞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 줄지 대책을 마련해 봅시다.
산란과 번식을 위해 수천 km를 이동하는 참치, 고등어와 같은 생선은 지구력이 필요해서 빨간 근육의 함유량이 많습니다. 광어, 우럭과 같은 생선은 주로 바닥에 살고 한 곳에 오래 머물다가 먹이를 먹을 때만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사용하기 때문에 하얀 근육의 함유량이 많습니다. 이처럼 생선의 생존 방법에 따라 근육의 색이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 차이점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참치가 광어보다 비싸긴 하죠~근육의 색은 크게 두 가지로 빨간 근육(red muscle)과 하얀 근육(white muscle)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빨간 근육은 우리 몸의 피를 구성하는 적혈구 안에 붉은색 단백질인 헤모글로빈을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헤모글로빈은 철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철을 공기 중에 두면 녹이 슬 듯이, 혈액 속에서 철과 산소가 결합하여 붉은색을 띠게 됩니다. 또한 산소가 필요할 때 분해되어 산소를 공급하는 특징이 있어서 '산소'를 이용하는 지구력이 필요한 동작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근육입니다.
산소가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의 존재가 필수적입니다. 미토콘드리아가 산소를 이용해 생성한 에너지원인 ATP(adenosine tri-phosphate)를 ADP(adenosine di-phosphate)로 분해하면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유산소 운동'으로 느끼는 피로를 견딜 수 있게 합니다.
우리 몸에서 척추를 세워주는 역할을 하는 등쪽 자세유지 근육이나 배쪽 근육은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힘을 발생해야 하므로 빨간 근육의 비율이 높습니다. '근육과 지방이 많은 체형'이 적은 무게와 많은 반복으로 장기간 등과 배근육 강화 운동을 하면, 몸은 슬림해지고 근육도 선명하게 나타납니다(지금도 우리 모두의 배에 있는 식스팩처럼요….). 특히 자세를 유지할 때 피로를 많이 느끼는 '종아리근(soleus)'은 빨간 근육의 비율이 높으므로, 지속적인 발목 강화 운동으로 피로에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얀 근육은 빨간 근육에 비해 헤모글로빈의 함유가 적고 주로 근육세포만 존재하므로 상대적으로 하얀 색깔을 띠는 근육입니다. 산소를 이용해서 ATP를 생산할 수 없으므로, 근육세포에서 크레아틴인산(phosphpcreatine, PC)을 이용해서 ATP를 재결합하거나, 해당작용(glycolysis)을 이용하여 글리코겐(glycogen)을 글루코스(glucose)로 분해해서 ATP를 생성합니다. PC는 휴식을 통해서만 보충할 수 있고,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의 양도 한정되어 있으므로, '무산소' 대사를 통해 생성된 에너지는 제한된 시간 내 폭발적인 힘이 필요한 동작에 사용됩니다.
우리 몸에서 팔과 다리를 굽히는 동작에 사용되는 근육들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힘을 발생해야 하므로 하얀 근육의 비율이 높습니다. '근육과 지방이 적은 체형'이 많은 무게와 적은 반복으로 단기간 팔과 다리근육 강화 운동을 하면, 지방과 부피가 늘어나면서 근육의 두께가 굵어집니다(지금도 우리 모두의 가슴과 허벅지가 터질듯한 것처럼요...). 하얀 근육은 빨간 근육에 비해 빠르게 강화할 수 있는 근육이지만, 퇴화 속도 또한 빠르므로 주기적으로 운동해야 합니다. 특히 팔보다 다리 부분이 먼저 노화가 오기 때문에 '장딴지근(gastrocnemius)'과 같은 하얀 근육이 많은 부분을 집중적으로 강화해야 합니다.
소는 느릿느릿~ 지속적인 힘, 닭은 파다닥! 폭발적인 힘! 빨간 근육과 하얀 근육에 관해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 용어로 표현되어서 여간 혼란스러운 게 아닙니다.
빨간 근육은 빨간색이라 적(赤, red)근 이라고 하고, 지구력에 사용되는 느린 근육이라 지(遲, slow)근 이라고 하고,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긴장을 유지하는 근육이기 때문에 긴장(tonic) 근육이라 표현되며, 근육 유형에 따라 typeⅠ으로도 불립니다.
하얀 근육은 하얀색이라 백(白, white)근 이라고 하고, 폭발적인 힘에 사용되는 빠른 근육이라 속(速, fast)근 이라고 하고, 일시적인 힘을 내는 위상(phasic) 근육이라 표현되며, 근육 유형에 따라 type Ⅱ으로도 불립니다.
근육의 특징에 따라 유형을 잘 명명해 놓았지만, 이러한 명칭만으로 근육이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유추해 내기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근육 유형에 따라 불리는 type Ⅰ, Ⅱ는 한자나 영어로 의미가 해석되는 다른 명칭에 비해 더욱 생각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빨간 근육과 하얀 근육의 특징을 잘 떠올릴 수 있도록 대표적인 빨간 고기인 쇠고기와 하얀 고기인 닭고기를 비교해 볼게요.
소는 느릿느릿 움직이며 밭을 오랫동안 갈 수 있는 지구력에 뛰어난 동물입니다. 쇠고기의 대표적인 음식인 스테이크는 빨간색을 띠고 있고, 빨간 이유는 헤모글로빈이 많기 때문이며,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운반하기 때문에 산소를 사용하는 '유산소운동'에 적합합니다.
닭은 위기에 처하면 순간적으로 빠른 힘을 이용해 파다닥! 도망 다니는 동물입니다. 닭고기의 대표적인 음식인 닭가슴살은 하얀색을 띠고 있고, 하얀 이유는 헤모글로빈이 적기 때문이며, 산소를 이용할 수 없으므로 근육 내에 있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무산소운동'에 적합합니다.
그리고 쇠고기는 닭고기보다 비싸니, 가격순으로 type Ⅰ, type Ⅱ를 떠올리면 어떨까요? 참치와 광어로도 빨간 근육과 하얀 근육의 차이를 연상할 수 있겠네요.
참치도 광어보다는 비싸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