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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s Mar 29. 2023

이찬혁의 죽음과 부활의 시작, <ERROR>

악뮤 찬혁의 첫 번째 솔로 앨범 에러 Error에 대한 이야기



2023년 한국대중음악시상식에서 이찬혁의 첫 솔로앨범 'ERROR'가 최우수 팝 음반상을 수상했다. 

인간의 삶에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를 가장 직접적이고 솔직하게 담아낸 이 앨범은 서사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이찬혁의 새로운 출발을 세상에 명명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앨범의 주된 소재인 '죽음'

사실, 지금까지 '죽음'에 관한 주제로 만들어진 음악은 언제나 존재했고 심지어 다소 흔한 주제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찬혁의 'ERROR'가 유독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ERROR'는 앨범 전체가 '악뮤 이찬혁'이 사고를 맞닥뜨리고, 완전한 죽음에 가닿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각각의 트랙은 하나의 플롯으로 작용하면서 '죽음의 서사'를 쌓아 올리는데 일조한다. 


1번 트랙 '목격담'은 사고가 난 순간의 현실에서부터 진행되는 서사를 담았다. 가사에 의하면 찬혁은 올바르게 횡단보도를 보행하고 있었으나, 멀리서부터 '삐뚤삐뚤'달려온 차에 치이고 만다. 그리고, 지나가는 이들이 악뮤 찬혁의 사고를 목격하는 과정에서 목격자들은 찬혁을 신고하기도 전에  '잠깐 찰칵'이라며 사고 장면을 찍는다. 이 짧은 '잠깐 찰칵'은 위급한 상황에도 유명인의 이슈를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고 보아도 무방하겠다. 


2번 트랙 'siren'은 찬혁의 사고 이송 과정을 담았다. 위급한 이송 과정을 통해 우리는 1번 트랙의 찬혁이 단순한 사고가 아닌, 목숨이 위태로운 사고와 마주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대망의 3번 트랙, 앨범의 타이틀 '파노라마'에서는 찬혁이 직접적인 화자로 등장한다. 그가 정신을 차린 후엔, 이미 사망선고가 내려진 후였고, 찬혁은 자신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믿을 수 없다. 머릿속으로 수많은 사람과, 사랑과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그러나,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에겐 아직 하지 못 한 것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찬혁은 외친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파노라마'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이러한 상황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있다. 

자신의 죽음을 자각한 후,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도망치는 찬혁



그러나, 죽음은 되돌릴 수 없다.

현실의 찬혁은 이미 죽음을 맞이했다. 뮤직비디오 속 소품의 신문엔 찬혁의 회고전이 열린다고 적혀 있다.  


 4번 트랙 Time! Stop! 은 시간을 멈추고 싶은 찬혁의 마음이 담겨있다. 후에 이어지는 트랙에서는 죽음을 맞이한 청년의 후회,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이 담겨있다.


9번 트랙에 위치한 '내 꿈의 성'은 이번 앨범들 중에서 가장 이전의 '이찬혁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트랙이다. 어린 날의 꿈과 환상을 솔직하고 동화적으로 담아낸 이 트랙은 '어린' 찬혁의 순수한 욕망을 담았다. 



아역들, 주로 어릴 때 데뷔한 스타들은 성장하는 내내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을 강요받는다. 대중들은 그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분명하기에 새로운 모습을 환영하기보단 낯설어한다. 그렇지만, 이 과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비단 대중들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찬혁 또한 자신의 이전 모습에 안녕을 고해야 했을 것이다. 성장은 언제나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 과정에 담긴 '변화'는 그렇지 않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이전의 "이찬혁"에게 고하는 고별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동시에, 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지속하는 이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찬미다.


출처 : SBS 인기가요


이찬혁의 음악방송 무대영상에 담긴 댓글들에 대해 생각한다. 좋아하는 대상에게 지지의 의미로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하는 밈이, 찬혁에겐 '하고 싶은 거 다 하지 마'라는 장난스러운 뉘앙스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모두가 바라본 천재 이찬혁, 동생과 함께 활동하며 순박하고 짓궂던 모습을 기억하던 대중들에게 '진중한' '아티스틱한' '음악에 취한' '지드래곤 같은' 그의 모습은 분명 당황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째서 그에게 '하고 싶은 걸 다 하지 마'라는 말을 함부로 뱉을 수 있는 것일까. 


그는 자유롭다. 그는 예술가이다. 그에겐 남이 강요한 모습을 버릴 권리가 있다. 왜냐하면, 찬혁은 오직 이 세상에서 하나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렇다.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할'권리가 있다. 



Error. 에러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한다.

오류가 났을 때를 뜻하는 말.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에러와 마주한다. 때때로 어떤 에러는 삶의 나락까지 밀어버리기도, 어떤 에러는 다시금 새롭게 시작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찬혁의 에러는 편견과 틀에 대한 '죽음'이자, 자신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부활'의 신호다.


이번 앨범 Error는 갑작스레 마주한 죽음의 순간을 조명함과 동시에, 이전의 자신에게 안녕을 고하는 과정을 담았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그는 과거의 자신을 버린 적이 없다는 것. 이전의 악동뮤지션 이찬혁과 지금의 이찬혁은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을 초기화한 적이 없다. 


ERROR, 그저 에러가 뜬 후 다시 움직였을 뿐. 그렇기에 이찬혁의 부활은 이제 막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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