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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s Nov 05. 2023

천국에 갈 수 없는 천사들, 영화 <보이 프롬 헤븐>

제12회 스웨덴영화제 상영작





봉준호 감독의 2013년작 영화 설국열차는 꼬리칸의 인물들이 머리칸을 향해 전진하며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설국열차를 움직이는 동력이자 심장인 머리칸의 엔진실. 꼬리칸의 사람들이 그곳에 도달하자 밝혀지는 비밀이 하나 있다. 바로, 아이들이 부품을 대신하여 생체부품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바닥 안, 빛도 들지 않는 엔진실에서 기계처럼, 오직 설국열차를 움직이기 위해 살아간다.     



영화 ‘보이 프롬 헤븐’에 등장하는 소년들도 엔진칸의 부품을 대신하던 아이와 같다. Boy from heaven. 천국에서 온 아이. 그것은 무엇인가. 바로 천사다. 그러나 영화 ‘보이 프롬 헤븐’에서의 천사는 본래의 의미처럼 순수하지만은 않다. 영화 속에서 ‘천사’는 정보국의 스파이를 되는 청년들을 뜻한다.   


   

영화 속에서의 ‘천사’들은 도구적으로 사용되고 소모된다. 본래의 정보원이었던 인물 ‘지조’는 새로운 대 이맘의 임명을 위해 일해줄 새로운 천사를 구하다가 살해당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지조가 몸담고 있던 정보국이 벌인 일이었다. 그가 쓸모없어졌기 때문이다. 주인공 아담은 지조의 뒤를 이어 ‘천사’가 된 인물이다. 그가 스파이로 뽑힌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순수했기 때문이다. 어떤 기관과 분파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 때 묻지 않은 영혼을 간직한 아담은 정보국의 스파이가 되어 권력과 정치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천사는 종교와 정치의 경계선에서 끊임없이 소모되며 권력이란 열차를 움직이게 하는 부품으로써 작용한다.  

    


아담이 들어간 정계는 잔혹하다. 그리고, 순수했던 아담 또한 잔혹한 일을 행한다. 정보국 요원과 아담의 첫 만남에서 요원은 아담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너의 영혼은 아직 순수해. 그러나 너는 이곳에서 타락할 거야.” 그의 말이 마치 예언이 된 것처럼, 아담은 자신의 친구를 사지로 내몰고, 사람들을 속이고 연기하며 순수했던 영혼과 멀어진다.     


평생 신이 이끄는 곳으로 자신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믿었던 아담은 자신이 행하는 일이 정말로 신의 계시가 맞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옳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담은 그 일을 해내야 한다. 그것은 마치 거역할 수 없는 신의 명령과도 같다.      




이 영화의 서사 대부분이 극 중에서 이슬람교도의 희망이라 불리는 대학, 알아즈하르에서 진행되긴 하나, 특별히 이슬람교에 대한 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보이 프롬 헤븐' 종교와 권력이 맞닿아있을 때 일어나는 부패의 양상, 그리고 그 속에서 ‘사용’되고 버려지는 소년들에 대해 다룬다.



아라비안나이트, 천일야화에서 셰헤라자데는 자신의 이야기로 살아남았다. 영화의 후반에서 아담도 이와 같은 상황과 마주한다.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진실을 고발하려는 맹인 셰이크를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그가 법정에서 진실을 고발하면 아담은 죽는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총명함과 지혜로움으로 그의 자백을 철회하게 만든 소년 아담은 살아남는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고향의 마을 이맘은 아담에게 그동안 뭘 배웠느냐고 묻는다. 아담은 대답할 수 없다. 아담이 학습한 것은 생존의 본능이었기 때문이다.     



‘천사’는 살아남았고 대 이맘은 결정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것. 그것은 진실이다. 우리는 영화의 주인공인 아담이 죽지 않아 안심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공간에서의 진실은 여전히 은폐되어 있다. 이 영화에서 ‘옳은 진실’이란 없다. 상황과 때에 따라 모습을 드러내고 감추는, 카멜레온의 보호색처럼 변화하는 어떤 '사실'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러나 정치와 권력 사이에서 부품처럼 소모되고 사라지는 소년들이 여전히 그곳에 있다. 그곳에 남아있다.  

“권력은 양날의 검이야. 칼을 쥔 자도 검에 베이지.”

결코 영원할 수 없는 권력의 굴레. 이미 만들어진 운명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소년들. '보이 프롬 헤븐'은 천국에 갈 수 없는 소년들에 대해 다루고, 그렇기에 이 영화는 문제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매력적이다.





[사진 출처 : 아트하우스 모모, 주한스웨덴대사관]

#제12회스웨덴영화제 #청년앰버서더 #아트하우스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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