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꿀 May 11. 2023

마드리드 #1 - 세상에서 제일 호화로운 한끼

마드리드에 도착하자마자 친구가 ****를 만들어줬다.


“이열 뭐 아주 20대구먼?”


반년 사이 Y는 머리를 싹둑 잘라 단발이 되었고 나는 폭탄을 때려 맞은 듯 튀겨진 머리를 하고 있다. 국내라면 큰 집게핀으로 쑥 잡아 올려 조금이라도 더 정갈한 모습을 갖추고 돌아다닐 텐데 해외에선 무조건 기존쎄 이미지라며 혼자만 알아주는 콘셉트로 풀어헤치고 있었던 것이다. (마디리드 #0 참조) 그럼에도 추노 대길이나 해리포터 해그리드가 아닌 젊은이로 봐주니 그저 고맙다.


도착한 날은 월요일이었지만 마드리드에서는 성요셉 대축일* 대체휴일로 연휴란다. 꿀 같은 연휴에 이방인 맞이 하느라 스트레스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솔직히 하지 않았다. 혼자만의 휴식도 좋지만 오랜 친구와의 시간은 귀하고 의미있기에 이런 기회는 있을 때 잡고 누려야 한다는 것을 친구가 누구보다 잘 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 성요셉 대축일: 성모 마리아의 배필인 성 요셉을 기념하는 날. 한국에서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이라고 부른다.


“도오차학!”


그래도 한 번 와 봤다고 주변이 모두 익숙해서 그게 또 기분이 좋아 도착이라는 말도 내가 먼저 외친다. 작년처럼 보조 열쇠 한 뭉치를 전달받고 나무 문을 어기영차 밀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니 이제 진짜 유럽에 와 있음을 느낀다. 한국은 대부분의 것들이 모던하고 신속하게 운영되는 것이 장점이라면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들은 클래식한 것에 장점이 있다. 그래서 묵직한 열쇠를 요리조리 돌려 문을 여는 것이나 목재로 된 엘리베이터의 문을 직접 밀면서 탑승하는 것에서 거추장스러움보다 숭고한 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서유럽을 좋아할 것이라 확신한다.


대강대강 짐을 풀고 따뜻한 물로 솨아악 샤워를 하니 장거리 비행으로 욱신거리던 몸이 풀린다.


킁킁 

'어?' 

킁킁킁


콧 등의 온갖 근육을 다 동원해도 답은 하나다.


된. 장. 찌. 개.


진짜다!!!! 

거실 식탁 한가운데 진짜 된찌 한 상이 떡 하니 차려져 있다. 마드리드의 햇살이 스며 들어오는 거실 한가운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된찌라니. 이건 뭐 어느 호텔 스위트룸에 그 어떤 룸서비스 보다 더 완벽한 게스트 취향저격 서비스가 아닌가. 감동의 돌고래 소리를 연신 뿜어내니 친구가 입을 틀어막으며 그냥 좀 먹으란다. 부끄러워하니 오케이. 닥치고 일단 한 술 떠 본다.


"키야~"


통제되지 않은 돌고래 소리가 다시금 뿜어져 나온다.


1. 친구네 테라스     2. 침구를 새로 사긴했으나 마무리 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픽업 나온 흔적     3. 매콤한 된찌에 최애 밑반찬




원래 첫날은 앞으로의 일주일을 어떻게 보낼지 구상하고 저녁에 동네에서 외식이나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친구는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아란후에스(Aranjuez) 코스를 이미 다 짜 두었다 한다. 최근에 브라질에서 들어온 직장 동료 한 분도 함께 한다 하니 새로운 사람도 만나고 일정에 없던 근교여행까지 정말 땡큐쏘베리머취다.


“안녕하세요, K라고 합니다.”


(다음 편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마드리드 #0 - 아이들이 가득한 기내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