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 생각의 낙수]
배우 송승환.
57년 1월생이니까, 75학번이겠다.
대부분 공연 ‘난타'로 그를 기억할 테고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으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난 그의 아역배우 시절을 기억한다. 그가 어떤 작품, 어떤 배역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역으로 많이 출연했던 것은 분명히 기억이 난다.
대학시절, 연극 에쿠우스를 보러 간 적이 있다.
배우 강태기와 송승환의 더블캐스팅이었고, 메인은 강태기였다. 그런데 내가 간 날은 sub였던 송승환이 출연해서 좀 아쉬웠다. 그러나 그의 연기와 공연은 훌륭했고,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 전라(에 가까운?) 모습의 열연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그의 젊은 시절 모습은 마르고 귀족적인, 약간은 유약한 모습이었는데, 그런 외모가 17살 소년의 캐릭터인 주인공과 어울리기도 했을 듯하다.
송승환 배우는 그 이후 간간이, 그러나 꾸준히 연극을 계속하면서 TV에도 가끔 모습을 비췄고, 특히 난타의 장기공연 성공으로 더욱 유명해졌다.
그의 경력 하이라이트는 아마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으로 활약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는 이미 그때부터 시력을 상당히 잃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맹인과 가까운 수준의 초고도 근시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전방 눈앞 30센티 이내만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연극 ‘웃음의 대학’ 주연을 맡아 열연을 했다. 연습한 과정을 들어보면 눈물겹다.
에쿠우스에서 나약하고 번뇌하는 청년의 이미지로 만난 지 42년 후.
거의 시각장애인에 가깝지만, 평생 쌓아온 내공으로 열연을 펼치는 그를 다시 만났다.
슬랩스틱처럼 억지웃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재치와 예상 못한 돌발 대사로 웃음을 주는 하이 코미디가 바로 이 ‘웃음의 대학'이었다. 강한 메타포와 메시지도 인상적이었다.
연극 관람을 마치고 걸어가는 광화문 길가에는 이른 더위를 누른 밤 비가 지나간 흔적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