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핑계를 찾으려 했다
내 옆에 소중한 것과 평범한 것 그중 무엇이 더 중요할까?
평범한 것들은 나에게 어떠한 상처도 주지 않고 항상 내 옆에 아니면 내 주변에 있어준다.
그 평범한 것들은 내가 편하게 만나고 어떤 특별함도 없이 그저 휴식 같은 놀이 같은 존재였다.
어쩌면, 그 평범함이 나를 가장 순수하게 만들고 나에게 무엇도 바라지 않은 존재인 듯하다.
그런 평범한 관계가 항상 한결같은 모습으로 내 곁에 있어줘서 난 외롭지 않았다.
평범함이란 어쩌면 편안하게 만나고, 설렘 없고, 집에서 쉬고 있을 때 연락이 와도 귀찮으면 그냥 쉬면 되고, 아니면 만나러 나가도 된다.
그렇게 편안한 존재였다.
소중하다는 것은,
너무 익숙해서 평범함에서 단 한 번도 소중함을 알지 못했다.
넌 그렇게 오랜 시간을 내 주변에 함께 했는데, 우린 그렇게 함께 성장했는데 그걸 잠시 잠시 잊고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소중한 그 사람을 만나면서 평범한 것들에게 소홀해지고 관심을 잊어버렸다.
지금 소중하다 생각하는 그 사람을 만나러 나갈 때는 설렘과 나도 모르게 웃음이 가득하다.
소중하다 생각하는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은 항상 발걸음이 가볍게 느껴지고, 내가 조금이라도 늦을까 봐 조금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 나가서 기다렸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널 보는 게 너무 좋았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네 얼굴에 웃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
많은 시간을 너와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했다.
함께 영화를 보고,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함께 음악을 듣고, 함께 풍경을 보던 모든 시간이 행복했다.
어떤 날을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먹으며 분위기를 즐기는 날이 있었다.
어떤 날은 길거리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웃으며 음식을 먹던 날도 있었다.
고급 식당이든 허름한 포장마차던 우린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모든 것에 행복했고 그 순간이 너무도 소중했다.
거리를 걷다가 익숙한 음악이 들리면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음악에 잠시 몸과 마음을 기대어 본다.
익숙함에 잃어가는 시간들,
여행을 가면 아침에 해 뜨는 풍경부터 하루가 저무는 노을까지 그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할 수 있어서 많이 행복했다.
그런 행복한 시간이 점점 흘러서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순간이 왔다.
너를 만나러 나가는 준비할 때 설렘도 어느 순간인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너를 기다리는 순간에 네가 들어오는 모습에서 어느 순간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웃음이 보이지 않는다.
서로에 대화에서 웃음이 점점 사라지고 대화보다는 투정이 많아졌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대화보다 침묵이 많아졌다.
이젠 맛있는 식사보다 그냥 한 끼 식사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점점 음악은 들리지 않았다.
이건 나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소중하게 느꼈던 그 사람도 그러했다.
여행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언제부터 여행 일정은 계획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 만나는 날 약속 시간에 늦는 게 당연해졌다.
만나도 특별히 할 말도 없어졌고, 약속을 취소하는 날들도 많아져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우리에 대화는 점점 짜증과 말다툼으로 변화해 가고 있으며, 서로에게 보이지 않는 벽이 만들어져서 제발 넘어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아직도 옆에 있기에 네가 불행하고 행복한 것들을 계속 붙잡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 역시 하루하루가 힘들고 내게 다가오는 소소한 행복들이 아무 의미도 없이 지나쳐 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익숙함이란 참으로 무섭고 두려운 존재이다.
처음에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껴주고 싶은 마음과 설렘뿐이었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 서로에게 고통만 남겨져 버렸다.
화창한 날 기분 좋은 마음으로 가볍게 외출했는데 갑자기 비가 폭풍처럼 내려서 더 이상 앞으로 가지도 못하고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고 나도 모르는 낯선 곳에 사로잡혀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마음만 조급하고 짜증스러워진다.
폭풍이 찾아온다.
우린 화창한 날에 좋은 모든 것을 다 했고, 지금 우리 앞에 폭풍처럼 비와 바람이 밀려들어 너와 나의 거리를 조금씩 멀어지게 만든 것 같다.
가까이 가려면 이 비를 다 맞고 지금 부는 바람을 견디면서 너에게 가야 한다.
너 또한 나에게 오기 위해서는 비를 맞고 바람을 이겨내며 한 발을 내디뎌야 가까워진다.
하지만 너도 나도 행동하지 않고 조금씩 멀어짐을 바라만 보고 있다.
서로에게 핑계나 비난을 하지 않고 그냥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다.
이것이 서로에게 너무 잔인한 것인지 모르지만, 우린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다.
이젠 내가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먼저 말하는 것이 싫어서 모른다는 변명 같은 핑계를 말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조금 멀어진 순간에 난 지난 시간을 생각해 본다.
넌 한 번도 약속한 시간보다 일찍 오지 않고 항상 늦었다.
그저 당연하듯 그냥 늦었다.
난 너에게 특별한 사람이고 싶었는데 넌 다른 사람 대하듯 나를 대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허전함이 가득했다.
매번 약속을 취소하는 것도 너였다.
특별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그냥 당연하듯 취소했다.
내가 널 만나는 날을 기다리고 설렜던 게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런 시간들이 점점 많아질수록 서운함이 가득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만나는 날, 나는 기다림에 너무도 반가워서 좋았지만, 너는 반가움 보다 그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너를 볼 때마다 조금씩 한 발 물러서게 만든다.
견디는 것은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허전함과 서운함 그리고 내 마음속 너에게서 한 발씩 물러서게 되는 것은 절대 익숙함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만 눈이 가려져 그것들을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결정하려 한다.
지금 포기하는 건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힘듦을 아픔을 무조건 견디는 건 이제 나만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널 떠나기 위한 핑계를 찾는 게 아니다.
매번 나만 아파했고, 매번 나만 힘든 걸 견디고 참았는데, 이제는 아픔도 힘든 것도 더 이상 나만 견디지 않으려고 한다.
난 나누고 아끼고 배려하며 지켜주고 싶었던 그런 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진심이라는 마음 하나를 너에게 전하고 싶었고, 너도 그런 마음이길 바란다.
그게 내 욕심이라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