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방을 구할 때 고려했던 건 고시학원과의 거리와 저렴한 월세였다. 갑자기 자취를 하게 되었기 때문에 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싶었다. 그리고 어차피 하루 대부분을 공부하느라 밖에 있을 건데 집은 잠만 자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에 나오는 골목
고시원의 위치는 최고였다. 뛰면 2분에 학원에 도착할 거리였다. 왜냐하면 고시원은 대학가 술집들이 모여있는 골목 한가운데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살던 집 건물은 철판야채곱창집 뒤에 자리 잡았다. 저녁에 집 앞을 지나갈 때면 달콤한 야채곱창 냄새와 함께 철판과 사투를 벌이는 아주머니를 볼 수 있었다. 물론 뒤로 돌아가는 길은 음식점답게 어마어마한 음식물 쓰레기와 벌레들이 반겨주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뒷건물이라 번화가 치고는 소음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밤에 유일한 소음은 고양이들의 울음소리뿐이었다.
고시원 구조는 마치 하나의 개미굴을 보는 것 같았다. 한 층에 7개 호실이 있었다. 복도는 1자로 뻗어있으며 각 방은 방문으로 되어 열쇠로 잠글 수 있었다. 내방은 끝방이라 그나마 화장실이 있었는데 가운데 방은 공용 화장실 사용해야 했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가 떠오르는데 누가 사는지도 모르지만 방문과 벽 하나를 두고 같이 사는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니 신발장도 공용주방도 없었다.
방은 엄청 심플했다. 옷장, 책상이 가구의 전부였다. 그리고 옷장과 책상 앞으로 성인 남자 한 명이 누울 공간이 있었다. 입구 쪽으로 누우면 발자국 소리가 너무 잘 들려서 시끄러웠다. 그리고 문 쪽으로 눕는 건 풍수지리적으로도 안 좋을 것 같아서 책상 쪽으로 누워자곤 했다. 누우면 책상 밑 공간과 의자가 보였다. 이 공간은 훗날 자다가 가위가 눌렸을 때 귀신 비슷한 걸 본 공간으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