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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람쥐덕션 Jul 29. 2024

나뭇잎처럼

  2년 동안의 프리 생활을 접고, 회사 생활을 시작한지 한달이 조금 넘었다.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창업한 곳이라 업무상 큰 부담은 없었다. 다만 왕복 3시간이 걸리는

출퇴근 거리, 그리고 10살은 넘게 차이 나는 어린 친구들과의 대화가 익숙하지 않아 한동안은 애를 먹었다.  

   

  루틴의 변화가 생기면서 긴장감이 일상을 지배했다. 출근길이 즐거울 리는 없지만 새로운 회사와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 주는 설렘도 1주일만에 끝났다. 무더위에 진이 빠진 채로 사무실에 도착하고, 휴식 같은 점심시간도 그닥 기다려지지 않았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집중이 되지 않아 작업물을 한 페이지도 작성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집 밖에 나와서는 내내 긴장하고, 집 안에 들어서면 하루 종일 누워 있는 아빠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우울함에 빠져든다. 일상을 호전적으로 바꾸는 계기도 한순간이지만

무기력해지는 것도 한순간이다. 깊이가 깊어지면 빠져나올 구멍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부정적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든 시간을 잡아먹는다.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할까, 나는 지난 시간동안 왜 이렇게 살아왔을까.

과거에서 답을 찾고, 과거의 화려한 내 모습만 자꾸 곱씹으니 오늘, 내일은 계속 긴장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데.      

  

  출근길 지하철역으로 가는 버스에서 아무생각 없이 창문을 보던 중 가로수의 나뭇잎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쨍한 볕에 푹푹 찌는 날씨인데 나뭇잎들이 풍성하게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아주 작은 바람이 불고 있는 거다. 작은 바람에도 수십장의 나뭇잎이 큰 움직임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떨어지지 않고. 가지 끝에 손을 꽉 움켜지고 바람에 몸을 맡기듯 흐름을 타고 있었다. 아직 떨어질 때가 아니구나. 아주 작은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가지에 꼭 붙어 있구나.

초록이 가득한 나뭇잎들을 보면서 묘한 위안이 되었다. 마음이 편안해 졌다. 내 인생은 지금 조금의 바람에 흔들리고 있구나. 저 나뭇잎처럼 바람을 타고 자연스럽게

사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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