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3년 전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의지할 곳을 찾다가 스스로 찾아갔었습니다. 아직까지 잘 다니고 있습니다. 아파트 로비에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저를 불러 세우고는 반갑게 인사해 주십니다.
저는 고급아파트에서 경비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자산가들이 많이 거주를 하고 계십니다. 사업을 정리하고 딱히 기술도 없어서 과일 노점상을 전전하다가 마음먹고 구한 투잡 중에 메인 일터이기도 합니다.
어르신께서는 저의 명찰을 확인하시고는 호칭을 '미스터 리'로 정정하셨습니다.
"미스터 리!! 내가 이걸 좀 부탁하고 싶은데 봐줄 수 있겠나?"
내용인즉슨 휴대폰에 있는 연락처 중 한 명을 삭제하고 한 명을 추가해 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2층 횟집 연락처는 지워도 되고, 2층 마라탕이라고 이 번호를 저장해 주고~! "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건물 가지고 계시는군요?!!!"
제가 눈치는 빨라서... 세입자가 바뀌어서 연락서 수정이 필요하신 듯했습니다. 일층에는 유명 화장품가게가 입점이 되어있고 저도 알고 있는 역세권 건물이었습니다. 제가 그 건물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고 하니 어르신께서는 기분이 좋으셨는지 건물자랑을 이것저것 하셨습니다. 다른 것은 기억나지 않고 건물을 매입했을 때 보다 지금이 약 3배 가까이 올랐다는 것만 귀에 쏙 들어오더군요.
정정하신 어르신은 나이가 80대 중반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들은 50대고 사업을 하고 있고, 사위는 의사라고 하시더군요. 손주들은 서울에서 명문대를 다니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전형적인 부잣집 할아버지 테크트리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어르신은 제가 어떻게 경비일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하셔서 저도 제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사업하다가 좀 털어먹어서 여기서 일하면서 빚 갚고 있습니다"
"결혼은 했나? 애기들은 있어? 학교는 어디 나왔는가? 아 그래? 내가 거기 RT출신이야!"
어르신은 제가 마음에 드셨는지 이것저것 물어보셨습니다. 엄청난 리액션으로 답변해 드리고 정말 궁금한 것들에 대한 질문을 했습니다.
"사장님께서 돈 번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어르신은 젊어서 두 번의 사업실패를 겪었다고 하셨습니다. 쫄딱 망해서 그 당시 해외노동자 이민도 생각하셨다고 하시더군요
"가족들 먹여 살리려고 그랬지..."
어르신 말씀에 가족에 대한 힘이 엄청나다고 하셨습니다. 일 마치고 들어가면 아이들 곤히 자고 있는 모습에 에 '저것들 먹여 살리는 게 내 임무다'라고 생각하면서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한 번이고 두 번이고 넘어질 수 있어. 하지만 프라이드는 잃으면 안 돼!!!
미스터 리!! 여기서 일한다고 절대 기죽고 하면 안 돼! 자네는 아직 젊지 않은가
내가 다시 40대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지금 가진 물질적인 것은 하나도 없어도 괜찮아"
"가족들에게 잘하게... 지나간 세월은 돌아오지 않아
넘어지는 것도 금방이지만 일어서는 것도 금방일세
인생에 굴곡이 없으면 너무 재미없지 않은가? 허허허..."
"자네 다시 사업할 거지?"
어르신은 몇 가지 당부를 하셨습니다.
1. 주식 공부를 하라
본업에서는 은퇴하셨지만 지금도 유튜브를 보면서 공부하시고 투자하시더군요
(포트폴리오를 보여주셨는데 가치투자 스타일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자문을 주시는 분은 가까운 증권사 대리점 팀장이라고 하셨습니다.
(어설픈 정보 받지 말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랑 얘기를 많이 하라)
2. 부동산 공부를 하라(특히 상권 공부)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고 믿고 그전에 어디가 좋은 땅, 건물인지 매번 관심 가지고 지켜보라고 합니다. 기회는 갑자기 찾아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