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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우 May 09. 2023

성공한 실패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에 올린 글입니다.

비빔밥이 먹고 싶네요...(좋아하는 집인데 얼마 전 폐업했습니다.)







"애들 빵 안 먹는데?

"어제 사 온 건데 조금 눅눅해져서 안 먹였어..."


이게 웬 빵인가 하고 허기진 배를 눅눅한 소금빵으로 채웁니다. 

누가 뺏어먹는 것도 아닌데 허겁지겁 먹었습니다. 


돌인지 소금인지 약간 쩍쩍거리는 게 씹혀서 뱉어보니 어금니 모퉁이가 깨진 게 아닌가요...



'아닐 거야... 아닐 거야...'



구석구석 어금니 쪽 촉각을 더듬어보니 혀끝에 공허한 느낌이 있습니다. 어금니가 깨진 게 맞습니다. 예전에도 치킨을 먹다가 어금니가 두 동강이 나서 발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자금 사정상 임플란트로 못 채워놓고 아직 공석입니다. 불길함이 엄습해 옵니다. 나이가 드니 치과가 무서운 게 아니라 병원비가 무섭습니다. 입안에 최신형 컴퓨터 한 대 가격이 들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안 좋은 쪽으로 터지면 계속 안 좋은 쪽으로 터지는 게 악순환이라는 건가요... 치과 치료비 걱정에 순간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는지 소화가 잘 되지 않습니다. 위가 더부룩하게 부어오르고 다음날까지 불편하더니 왼쪽 어깨에 담까지 왔습니다.



한의학에서 이야기하길 체하면 위에서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독소가 되어 담적으로 변한 후 혈관을 타고 흐른다고 합니다. 심장근처에서 혈액순환이 안되니 왼쪽 어깨나 목 옆구리를 돌아가며 담이 옮겨 다닌다고 합니다. 양의학에서는 근막통증증후군이라고 하더군요. 아프니까 이것저것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사업도 말아먹고 이제 남은 건 몸뚱이 하나 남았는데 관리 안 하고 마구 굴렸더니 20만 킬로 넘은 중고차처럼 이곳저곳 손볼곳이 많아졌습니다. 다른 것보다 다음날 출근을 못할까 봐 가장 걱정했었습니다. (병가는 무급입니다.)



결국 와이프에게 양손 엄지손가락을 바늘로 따 달라고 하고는 배를 깔고 누워서 잠들었습니다. 어깨의 담은 옆구리로 갔다가 목으로 갔다가 난리도 아닙니다. 그 즐거운 수영장 가는 것도 빠지고 죽을 한 그릇 먹고 소화제를 3병을 들이켰습니다. 아픈지 3일이 지나고 나서야 담도 사라지고 위경련도 줄어들었습니다. 오늘이 5일 차입니다만 아직 예전처럼 소화력이 돌아오진 않았습니다.



어쩌면 살면서 한 번쯤 겪어볼 법한 일이었는데요 '누구누구 저번주에 갑자기 그렇게 됐다더라'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인지 덜컥 겁도 납니다.  이번 일로 건강을 자부했던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파서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가 이계호 교수님 강의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건강 관련 강의를 계속 찾아봤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성공한 실패자'가 많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신의 전문분야에는 매진하여 성공하였지만 건강을 돌보지 못해 인생에는 실패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제 주위에도 사업에는 성공하였지만 건강을 잃은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당신 내가 죽으면 슬퍼할 거야?"


상태가 조금 호전되어 와이프에게 엄살을 부려봅니다.



"눈물 흘릴 겨를도 없을 것 같다. 애들 데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망보험금이나 좀 넉넉하게 들어놔~!!"



신용회복 하면서 있는 보험까지 다 깨 먹었으니... 진짜 몸뚱이 하나가 전재산인데 이것마저 잃으면 아빠로서, 남편으로써 민폐만 끼치고 가는 겁니다. 건강관리도 열심히 해야겠지만 애들 대학 갈 때까지는 버틸 수 있는 금액으로 사망보험이라도 들어놔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건강입니다. 

건강하면 돈은 또 벌면 되지만 아프면 있는 돈도 까먹으니 말이죠...



어버이날이네요... 용돈은 못 보내드리더라도 전화라도 드려야죠.

처갓집에, 본가에 전화 한 통씩 돌렸습니다.


사업해서 말아먹고 큰딸 고생만 시키는 사위인데도 반갑게 전화받아주시고 걱정해 주시는 어머님... 고맙습니다. 밥은 잘 먹고 다니냐고 항상 아들 걱정뿐인 어머님... 죄송합니다.

양가 어머님 아버님께 더 늦기 전에 효도해야 하는데 아프지 마시고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다시 일어서는 모습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진짜 힘들 때마다 부모님이 보고 싶은데요...

아마도 우리 부모님도 저를 키우실 때 이렇게 힘들었겠지 싶어서입니다.


우리 아들딸도 나중에 힘든 일이 생기면 제가 보고 싶겠죠?


돈 때문에 죽고 싶다는 마음먹은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서 손주도 보고 손주며느리 손녀사위도 보고 가고 싶습니다.


돈도 열심히 벌고 건강관리도 잘해서 

꼭 '성공한 성공자'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갈길이 참 멀지만... 꾸준히 걷다 보면 도착하겠죠.


건강하세요~!





이은우


10년간 회사생활 후 7년간 자영업자

코로나 이후 폐업 / 신용회복 2년 차

슬기로운 신용회복기 극복 에세이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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