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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우 Jun 21. 2023

30만 원으로 4인가족 10일 살기

이게 가능해? 가능할 거 같은데? 

슬기로운 신용회복기 ; 이은우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는 4월에 영업활동이 활발하지 않았고 슬럼프까지 왔었죠. 가계수입은 목표치보다 100만 원 이상 하회했고 5월은 이것저것 지출이 많은 달이었습니다. 4월 일한 정산금은 5월 22일. 5월 일한 정산금은 6월 22일 날 입금이 되는데요. 6월 11일. 월세와 신용회복 상환금. 애들 학원비. 식료품.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니 통장의 잔고가 '0'을 찍는 불상사가 벌어진 것입니다. 신용회복 2년 동안 몇 번의 잔고'0'을 기록했지만 지인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지나왔습니다. 어차피 빌린 돈으로 생활하면 또 갚아주고 나면 다시 힘들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이었죠.



'백만 원 한도 신용카드 한 장이면 이런 어려움 안 겪을 텐데... 아니야. 아니야.'



신용카드를 쓰던 시절이 잠시 그리워지기도 했습니다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저에게 가장 큰 독은 신용카드와 담배라는 것을 이제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힘들 때 쓰려고 묵혀둔 에어부산 주식 100주(약 30만 원) 팔아서 이걸로 10일을 버텨 보자고 와이프랑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팔고 나니 주식이 엄청 오르는 거 있죠? 저의 매매는 과학이자 운명인가 봅니다.



그리도 학원비와 공과금을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이라 제일 문제 되는 것은 식비와 활동비(주유)였습니다. 와이프와 저 둘 다 영업활동을 하니 밖에서 밥을 먹었고, 힘들게 일한 나의 몸뚱이와 와이프에게 시원한 커피 한잔은 값진 노동에 대한 위로였습니다. 밤늦게까지 일할 때, 애들끼리 집에서 배를 곪고 있으면 밖에서 시켜주는 배달의 민족은 맘 편이 늦게까지 일할 수 있는 구세주 같았습니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쓰는 불완전한 연결고리의 연속이었죠.



"10일간 주유금액 10만 원!!! 식비 4인 하루 2만 원!!! 주어진 환경에 맞춰 보자고~~~"



와이프와 둘이서 차에서 먹는 도시락은 짠함이 두배가 됩니다.




그렇게 10일이 흐르고 오늘이 마지막날. 그리고 내일이 6월 22일 바로 5월 정산금 입금일입니다. 27만 9천 원으로 10일을 보냈습니다. 10만 원을 제외하면 식대만 17만 9천 원 지출인데요. 아들 딸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와이프와 둘이서 도시락도 싸다니고, 교회식당에서 5000원 배식도 사 먹고 믹스커피와 보온병을 들고 다녔습니다. 아파트 야간경비일 중에는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데 그동안 모아 온 맥도널드, 버거킹 쿠폰 사용도 했습니다. 4900원 오니기리 가락국수세트도 애용했습니다. 평소 때는 잘 안 먹는 컵라면 보급도 다 챙겨 먹었고요. 오히려 살이 찐듯합니다. 그 와중에도 애들이 치킨, 마라탕 먹고 싶다고 해서 플렉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멀기만 하던 10일이 끝나고 내일 오전이면 돈맥경화에서 풀려납니다. 짠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마일리지로 구입한 맥도날드 햄버거



통신사 무료쿠폰으로 구입한 던킨커피와 도너츠 



4900원으로 든든한 저녁을 해결해준 오니기리 우동세트



어쩌면 신용카드를 사용한 17년 동안 돈에 대한 소중함과 고마움을 몰랐던 것 같았습니다. 돈 때문에 서럽고 돈에 굴복당했던 기분 나쁜 경험들이 상처가 됐는데 이제는 저도 만만한 놈은 아닌가 봅니다. 없으면 없는 데로 가보자 합니다. 5월에도 200 넘게 빚을 갚았습니다. 꾸준히 갚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나겠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신기하기도 한데 2년이나 지났습니다. 



몸만 건강하면 언제든 기회는 다시 온다는 말. 굳게 믿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저처럼 힘든 상황 오신 분들 포기하지 마시고 건강 챙기시면서 다음 기회를 기약하자고요. 파이팅입니다~!!



항상 같이 고생해 준 와이프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이은우


10년간 회사생활 후 7년간 자영업자

코로나 이후 폐업 / 신용회복 2년 차

슬기로운 신용회복기 극복 에세이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 연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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