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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풀 Aug 13. 2023

23년 인생 중 중국에서 10년 그리고 홍콩에서 5년

직접 배운 중국어 빠르게 느는 법

누가 나한테 특이한 점 하나만 골라보라고 한다면 난 15년가량의 해외생활 경력을 말할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부모님 사업 때문에 중국 텐진으로 무작정 따라갔고 그때부터 쭉 중국에서 생활하며 대학마저 홍콩으로 갔다.


하필이면 대학교 2학년 때 중국이 영국과 한 50년의 홍콩 현상유지약속을 어기고 2019년도쯤 '송환법'과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는데 그때 딱 홍콩이 진정한 의미로써의 중국이 되어버렸구나란 생각이 절로 나더라. 실로 중국이 원망스럽고 미워지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연도에 난 홍콩소재 대학에서 4년 공부를 마치고 졸업했다. 이 글을 쓰면서 괜스레 놀란 거라면 그전엔 세본적 없었는데 내 인생의 50 퍼 아니 60 퍼 이상을 중국에서 보낸 것이다. 오랜 해외생활을 하며 보냈던 시간 중 제일 열심히 살았던 때를 손에 꼽아본다면 웃기게도 중국로컬 초등학교 시절 때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배우는 언어의 강력함

3학년부터 5학년까지 다녔었던 텐진 남개초등학교

사자는 자기 새끼를 절벽에서 굴려 살아남은 새끼만 키운다고 말이 있다. 내가 맹수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은 아니고, 그냥 난 절벽밑으로 굴려진 것과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아야만 했었다. 부모님은 중국에 왔으니 중국학교를 다니란 실로 명료한 논리로 날 중국로컬학교에 등 떠미셨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내가 중국어를 하나도 못 하고 니하오 딱 하나 할 줄 알았으며 반에 한국인이 나밖에  없다는 것과 수업이 오직 중국어로 진행된다는 점이 있겠다.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인데 우리 부모님은 무슨 생각하시고 날 보냈던 걸까.


로컬학교에서의 초등학교 3학년생활이자 첫 번째 일 년은 하도 예전이라 모두 기억하진 못 한다. 하지만 기억나는 대부분은 울고 있었던 것 같다. 학교 가기 싫어, 수업 너무 어려워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겠어 힘들어 엉엉 울면서 부모님한테 투정 부렸었다. 반에 있는 모두와 말이 통하지 않아서 외롭고 괴로웠던 거 같다. 심지어 점심은 중국 향신료맛 범벅이라 입도 못 대겠어서 매번 소고기초고추장을 싸가서 밥에 비벼먹곤 했었다. 그리고 좀 충격적이지만 내 짝꿍은 수업 중간에 몰래 자기 성기를 만지는 이상한 애였다... 지금 생각하니까 나 어떻게 버텼지... 믿을 수가 없다.


기억이 뚝뚝 끊기는 것처럼 그다음 내가 기억하는 건 3학년 2학기쯤에 밥을 먹으면서 중국어버전 포켓몬스터 공략집을 돌려보는 것이다. 그게 뭐라고 닳아 빠질 때까지 읽었던 거 같다. 목욕할 때도 들고 갔는데 물에 빠트려서 쪼글쪼글해진 노란색 피카추커버가 기억난다.  포켓몬스터 디지몬 극장판이랑 카드켑터체리애니도 중국어로 자주 봤었다. 재밌으니까 두 번 돌려보고 세 번 보고 했다. 몇몇 내가 좋아하는 화는 외울 정도로 봤었다.


그러고 나서 마법처럼 3학년 2학기 말쯤엔 완전히 중국어에 익숙해졌던 거 같다. 포켓몬이 나에게 내린 축복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교사분이랑 같이 집에서 공부를 항상 더 해서 학교 진도를 따라잡았었고 여러 과목에서 점수도 优 우수를 받았었다. 아마 초등학교같이 교육의 난이도가 높지 않은 시기라 가능했던 거 같다. 5학년까지 이 생활은 이어졌고 이후엔 국제학교로 가서 영어를 쓰면서 지냈다. 학비 수준이 달라서 그런가 국제학교에 갔을 땐 천국을 맛봤었다. 무엇보다 밥이 너무 맛있었다.



좋아하는 걸 할 때 거부감 없이 흡수가 된다

이런 경험이 있기에 팁을 감히 하나 드리고자 한다면 그건 바로 좋아하는 걸 할 때 제일 몰입이 잘 된다는 거다.

중국어도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것과 함께 한다면 더 쉽게 그리고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나의 경우엔 만화를 중국어로 시청하는 거였고 정말 결과가 좋았다. 몇몇 중국어 강사들이 중국 드라마나 중국 영화를 보라고 추천해 주는 걸 봤는데 음 개인적으론 그렇게 좋은 생각은 아니다. 중국 드라마는 심각하게 노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좋아하는 걸 찾고, 그것을 중국어로 즐길 방법을 찾아서 시간을 보내다가 보면 단순히 중국어 수업에 가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거다. 만약 좋아하는 게 펭귄이라면 중국어로 된 펭귄 영상을 찾아본다던지 남극의 눈물이 아니라 중국의 눈물 같은 다큐를 본다던지 방법은 무궁무진하게 많다.
그러니 두껍고 재미라곤 눈곱만큼도 존재하지 않는 교재를 의무감에 못 이겨 펼치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뭔지, 그리고 그것과 중국어를 섞었을 때도 즐길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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