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플랫폼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의 공동주의를 증진하는 법
#VR #ASD #Mental Disorder #Joint Attention
위 주제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세요!
공동주의 (joint attention)는 아동이 타인과 같은 대상 혹은 사건에 대한 주의를 공유하는 일종의 상호작용 행위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응시하기, 가리키기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공동주의는 사회적 능력과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있어 인지적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공동주의를 획득해가는 과정에서 아동은 상대방이 제공하는 사회적 단서를 따라가기도, 상대방의 주의를 끌기 위해 직접 사회적 단서를 만들어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 ASD)아동의 경우, 대표적 증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여를 나타냅니다. 구체적으로 타인과 눈맞춤을 지속하지 못하거나 하나의 주제로 꾸준한 대화를 해나가기 어려워하는 증상을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ASD 아동은 공동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공동주의 역시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 단서를 주고받는 능력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기술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ASD 아동을 위한 치료적 개입에 공동주의 증진 훈련이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보통 이 과정에서 치료자는 주의 대상을 응시하는 기본적인 단서부터 시작해, 가리키기(finger pointing)와 같은 명확한 단서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으로 공동주의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치료자가 1대1로 공동주의 증진 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이나 컴퓨터에 기반한 공동주의 훈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로봇 에이전트를 통해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공동주의 증진에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비용이 비싸고 안전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컴퓨터를 통한 대안적인 기술이 연구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VR 플랫폼은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고 현실에 쉽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공동주의를 증진하는 과정에서 범할 수 있는 여러 실수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도울 수도 있습니다.다만 VR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단서의 범위, 그리고 각 단서들이 ASD 아동의 공동주의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기 위한 연구는 아직까지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한계가 본 연구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비장애아동, 그리고 ASD 아동에게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단서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첫 번째 방식은 아바타를 통해 단서를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세부적으로 아바타가 주의 대상을 응시하는 것, 이를 향해 머리를 돌리는 것,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 첫 번째 방식에 해당합니다. 두 번째 방식은 환경으로부터 자극을 유발하는 방식으로 주의 대상을 빛나거나 반짝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때 본 연구에서 가장 중요시한 것은, 기존의 점진적인 치료 방식과 다르게 각 단서를 유형(type)별로 랜덤하게 제공하여 각각의 효과를 검증하고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해당 연구의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먼저 플랫폼에 이름/나이/성별/선호하는 언어 등을 입력합니다. 2단계에서는 아바타가 등장해 참가자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이 훈련의 목적과 맥락을 말해줍니다. 3단계는 본격적으로 단서를 제공하는 단계로, 4가지의 공동주의 단서 유형을 2번씩 랜덤하게 보여줍니다. 그 다음 4단계에서는 참가자가 단서를 바탕으로 주의를 집중해야 할 물체가 무엇인지 터치 스크린을 통해 맞춰야 합니다. 마지막 5단계에서는 오디오 피드백을 통해 참가자에게 선택의 기회를 다시 제공하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추가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맥박수(pulse rate)나 긴장/강직도(tonic mean)와 같은 신경생리학적인 지표들을 활용해 훈련 과정이 공동주의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일단 참가자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아바타와 인터랙션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심지어 연구자들에게 수행 과정에서의 흥미를 미소나 박수로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수행률, 반응 시간, 단서 이해 가능성, 신경생리학적 반응, 현실에서의 실행 가능성을 기준으로 비장애 아동과 ASD 아동의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대체적으로 비장애 아동은 모든 유형의 단서에 높은 수준으로 반응했습니다. 이에 반해 ASD 아동은 유형 3-4에 더 큰 효과를 보였습니다. 추가적으로 유형 1에는 큰 효과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타인과 눈맞춤의 빈도가 적은 ASD 아동은 타인이 응시하는 특정 물체나 사건에 대한 단서 자체를 발견할 확률이 적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스크린 공간을 터치하는 등의 결과를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나아가 유형 4의 경우, 연구 과정에서는 높은 수준의 효과가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현실에서의 실행 가능성이라는 조건을 고려할 때 그 한계점을 지적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주의를 기울이고자 하는 물체가 반짝인다는 것은 현실에서 매번 충족될 수 있는 자극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유형 4의 단서가 VR공간에서만 효과적일 수도 있음을 의미합니다.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 특정한 장애 증상을 케어하기 위한 서비스나 프로덕트의 경우 그 임상적 특징을 깊이 고려하고 이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본 연구에서 ASD 아동이 눈맞춤에만 기반한 공동주의 단서로부터 큰 도움을 얻지 못했던 점은 이를 명료하게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서비스와 프로덕트가 “사용자가 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점은 사실입니다. 다만, 이렇게 더 특수한 니즈가 있는 사용자의 경우에는 더욱 명쾌하게 그들이 원하는 것에 맞춰 적합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VR 공간이 임상적/심리교육적 개입에 사용될 때는 일반화 가능성에 대해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이전 “내 감정으로 가득 찬 가상 공간이 있다?”편에서도 VR은 최대한 현실과 가까운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임상적/심리교육적 개입 상황은 그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현실에서도 적용할 수 있어야 효과적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현실과 가상 훈련 사이의 괴리를 더욱 줄여야만 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VR을 통한 사회공포증 혹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노출치료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 과정에서 현실과 가장 유사한 자극을 제공해야 치료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동시에 VR 환경에서 경험한 이완 훈련을 현실에서 더 적극적으로 응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 소개한 것과 유사한 서비스나 프로덕트를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 서비스나 프로덕트의 방향성이 특정한 사용자층이 절실하게 원하는 것과 일치하는가?” 그리고 “컴퓨터 환경에서 제공되는 개입 방식과 그 효과가 실제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로 발현될 수 있는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UX George는 아래 논문을 대신 읽어드렸어요. 여러분이 프로덕트 만드는 시간은 소중하니깐요!
Jyoti, V., & Lahiri, U. (2020). Human-computer interaction based joint attention cues: Implications on functional and physiological measures for children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Computers in Human Behavior, 104, 106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