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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과 프라이버시

나는 당신이 어제 무슨 책을 읽었는지 알고 있다.

by Alcide Mio

*인공지능과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글을 준비하다가 예전에 쓴 글이 떠올라 먼저 올립니다. 10여 년 전에 쓴 글 입니다만 온라인 글읽기가 일상화 된 지금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듯하여 공유합니다. (Original Posting Date: 2014.07.07)


호킹 인덱스에 관한 기사를 읽었습니다.(기사 참고) 아마존의 킨들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토대로 사람들이 구입을 하고 제대로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순위를 매겼더군요.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에서는 그냥 재미로 읽으라는 투로 말을 했습니다만 혹시 이 기사를 읽고 불편한 생각이 드신 분은 없으십니까? 어쩌면 저만 혼자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기사를 읽으면서 저는 그리 편안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재미로 만들어본 순위라고 하지만 그 순위를 매기는 과정이 저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누군가가 책을 읽는 방식이 데이터로 기록이 되고 다른 사람에게 알려진다는 사실이 그리 편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거지요. 물론 책을 읽은 개개인에 관한 신상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정도의 데이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데이터를 소유한 업체에서는 개개인의 신상정보도 마음만 먹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같이 입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기업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을 지닌 정부에게는 그 일이 훨씬 더 쉬운 일이겠지요. 내가 무슨 책을 읽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것을 읽고 있는지 누군가가 살펴볼 수 있다는 현실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람들이 둘러앉아 같이 낭독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매우 개인적인 행위입니다. 도서관이나 학교 혹은 사회가 책 읽기를 권하고 권장 독서 목록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내가 무슨 책을 어떻게 읽건 그건 내가 관심을 가지고 할 일이지 남이 그것에 대해 알고 상관할 바는 아니지요. 그래서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에서는 이용자의 대출 기록을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본인 이 외에는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9/11 이후 미국에 불어닥친 테러와의 전쟁 광풍 속에서도 미국의 도서관들은 이용자의 대출 정보를 지키기 위해 애를 썼고 그로 인해 재판에까지 회부된 사서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현재 많은 미국 도서관에서는 책이 반납되고 나면 관리 시스템에서 대출자와 관련된 정보는 아예 지워버립니다. 그 책이 대출되었다는 사실만 시스템에 남을 뿐 누가 대출을 해 갔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도록 만들어 버렸습니다. 혹시나 있을지도 모를 대출 정보 열람 시도를 아예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것이겠지요. 종종 이것 때문에 불편하다고 이야기하시는 이용자들도 계십니다만 저는 이런 방식에 찬성합니다. 그런데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책 읽기는 더 이상 한 개인의 책상에서 일어나는 사적인 행위에만 머물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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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전자책을 어떤 경로로 어떤 장치에 다운로드하여서 언제, 어디에서 그 책을 읽는지, 그 책을 읽으며 어떤 부분에 표시를 하고 무엇을 메모하는지, 책을 읽어나가는 속도는 어떠한지, 어느 페이지에서 오래 멈추고 있었는지, 어떤 단어를 찾아보았는지 그리고 과연 책을 끝까지 읽었는지 아닌지 등등 전자책 리더를 통해 전해질 수 있는 사적인 정보는 참으로 많습니다.


그런 정보가 내 개인의 신상 정보와 연결이 되면 저 자신에 대한 여러 가지 사실이 타인에게 알려지게 됩니다. 물론 이런 정보가 알려져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실제 전자책을 읽고 계시는 많은 분들은 그런 정보가 알려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계십니다. 과연 이것이 우리에게 유익한 일일까요? 혹시라도 그런 정보를 악용하려는 이들은 없을까요?


만일 정부나 그 외 권력을 가진 개인이나 기관에서 이런 사적인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려 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그리고 종이책이 사라지고 전자책으로 모든 정보가 전달되는 세상이 되어 네트워크를 가진 집단이나 개인이 사람들의 전자책 사용 방식을 살펴보고 그것을 정보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려 한다면 또 어떨까요?


만일 누군가가 정부 권력에 반대하는 내용의 전자책을 펴냈다고 가정해 보지요. 그 책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그 책의 출판을 인정하지만 비공식적으로 그 책을 다운로드한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전자책 판매 업체를 통해 입수하여 그들에 대한 감시를 시작하고 그 전자책이 담긴 스마트 기기의 여러 기능들을 이용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들이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으며 누구와 연락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래 엿듣는 일이 벌어진다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고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기술은 우리에게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의 이면에는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이 존재할지 모릅니다. 과연 우리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기술과 그로 인해 우리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책에 대해, 그리고 새로운 기술과 정보의 전달 방식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이 이러한 위험성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한 후 안전 교육을 받아야만 면허증을 발급해 주듯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기술 외적인 영향에 대해 사람들이 알아야 하고 그에 대비해야 합니다. 책하면 떠오르는 도서관과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들이 이 일을 하실 수 있을까요?


* 아래에는 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에서 펴낸 Who’s Tracking Your Reading Habits? An E-Book Buyer’s Guide to Privacy 란 글의 2012 판입니다. 전자책에 대해 생각하실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https://www.eff.org/deeplinks/2012/11/e-reader-privacy-chart-2012-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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