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저 돌싱이라니까요?
확실히 요즘 세상이 예전과 많이 변했다.
만 33세(90년생) 기준에서 이런 말을 하면 울 엄빠는 기가 차서 대꾸도 안 하실 테지만 정말 이 짧다면 짧은 기간임에도 세상 자체가 바뀐 것을 느낀다.
내가 초딩이던 그 시절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엄마랑만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나는 알 수 없는 이질감을 느꼈다.
심지어 그 친구가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론 그 친구의 허물들이 '아빠랑 안 살아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하며 은근한 우월감을 느꼈던 것 같다. 친한 친구이면서도 나는 늘 벽을 두고 있었던 거구나...
사람은 그 상황이 되어봐야 진정한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2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난 그때의 (여러모로) 어렸던 나에 대한 벌을 받나 싶기도 할 때가 있다.
뭐 벌이라고 하기엔 '싱글맘'의 생활이 멀쩡한(?) 결혼생활보다 훨씬 더 편하고 즐거운 게 사실이지만...
내가 행복이라고 느낄 수 있는 건 세상이 많이 바뀐 덕분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내 행복과는 별개로 살면서 겪게 되는 은근한 에피소드가 아직도 많이 생긴다.
한 가지 썰만 먼저 간단하게 풀어볼까?
10년 가까이 가깝게 지내는 모임 사람들에게 나의 이혼을 처음 말했을 때였다. 모두 여타의 사람들과 같은 반응이었다.
"요즘 이혼은 흠도 아니라더라~"
나도 당연하게 네, 하고 말았더랬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모임 중 한 사람이 나에게 부탁을 한다고 연락이 왔다.
상대가 나에게 부탁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안부를 물으며 사설이 꽤 길어졌는데 '이혼이 흠도 아니다'라는 말을 또 하더니 이내 모임의 다른 사람이 여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얘기를 하며
'애가 있는데 그걸 숨기고 만났대, 어떻게 애 있는 여자를 만나냐? 안 그래?'
라며 나의 공감을 원했다. (저기요... 저도 싱글맘인디요?) 순간 날 맥이나 했는데 그 이후에 악의 없고 의미 없는 사설을 듣고 나서야 별 생각이 없었구나 싶었다. 또 내 생각보다 남은 나에게 관심이 없구나,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유 없이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사람이 말하는 '애 있는 여자'가 다른 사람의 대화 속에서 '나' 일수도 있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