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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세이 천사 Sep 15. 2023

편하게 살기로 했다

복잡한 것은 마음뿐이다.

과거도 미래도 관념 속에만 있다.


하루 사이에 세상이 변하듯이

삶도 그렇게 변해간다.

바로 어제까지 무성했던

이파리가 밤새  빗소리와 함께 

떨어져 있는 것처럼.

같은 일상이지만

 다른 일상으로 바라보기까지.

상처와 고통에 묶여

살아온 자신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그동안의 삶은 

  관념의 밧줄에 끌려다닌

삶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며 살아야 행복하고

풍족해야 여유로운 삶이라는

방정식조차 해체하기로 한다.

사랑도 행복도 따지고 보면

관념 속에서 태어나 관념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이다.

사랑에 목말라한다고 

사랑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다.

행복을 갈망한다고 

행복이 주어지는 것은 더욱 아니다.

사랑도 행복도 내가 주체가 되어

감동하는 느낌에 불과하다.

햇빛은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으면서

만물을 따뜻하게 감싼다.

꽃들은 행복하다고 소란 피우지 않고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게 한다.

사랑받지 않아도 사랑은

가슴에서 피어나고 행복하다고 

평가받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

바람 속에서 봄비 속에서도

행복한 느낌은 자신에게서 시작된다.

가난해도 여유로울 수 있는 

자존감도 마찬가지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묻지 않기로 한다.

갈매기는 바다 위를 날면서

파도를 근심하지 않는다.

비둘기는 비둘기로 사는 것을

고민하는 일이 없다.

나무는 나무가 되어

꽃들은 꽃이 되어 살아갈 뿐이다.

나 또한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간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든 내가 사는 방식에

맞추기로 한다.

고급승용차와 고급주택이 

행복의 기준이 될 이유는 없잖은가.

남들이 주장해 주는 행복과 사랑은

허깨비일 뿐이다.


인연으로 이어진 사람도

누구의 누구인지 묻지 않기로 한다.

남편조차 누군가의 애인이구나 알게 된 이상

남편도 남편이라는 관념이 된다.

나 역시 그의 아내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맘을 편하게 해 준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소유가 되는 순간

관리와 지속력에 대한 기대와 의무로 무거워진다.

나도 사람, 너도 사람 우리 모두

사람이니까 사람으로서 사느라

이런저런 모습으로 사는 것이다.

연꽃은 물속에서 태어나 물 위로

얼굴을 내밀고 살듯이.

주어진 환경 따라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 사는구나 

바라보면 이해 못 할 일도 없다.

코스모스에게  어째서 

가을에만 피어나느냐고 따지는

어리석음도 사라진다.


그리하여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질문하지 않는다.

잘 산다는 것은

부자로 사는 것이 아니다.

바람과 물처럼

너와 나의 관계가

자연의 숨결이 되게 하는 것이다.

남편과 아내라는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도 남성과 여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고개를 끄덕여 주면 그만이다.

늙을수록 가벼워지는 몸처럼

줄어드는 근육처럼.

사는 것도 자연현상을 닮아 간다.

풀잎이 바람에 눕듯이 오늘의 바람결에

춤추듯이 살아가려 한다.

이제는.


어제까지만 해도

누구의 아내로 누구의 친구로

또 누구의 누구로 사느라 

지쳐있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누구에게 상처받고

또 누구에게 배신당하고 또 누구로 인해

웃고 울며 산 셈이었다. 

누구의 누구로 산다는 것은

공연히 복잡한 삶이었다.

자신의 마음도 모르면서 누구의 맘을

아는 듯이 오만했고, 또 누구에게

기대하느라 실망과 좌절로 우울했다. 

사람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사느라 바쁜 삶은 감정조차

내 것이 아니었다.

역할 무대에 충실한 배우처럼

그들로 인해 변하는 감정들이었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고

웃고 싶은 순간에도 조심하면서.

사회적인 행복 수치와 성공

지수만을 따라잡느라 정작 자신이 자신을 

모르고 살았던 것이다.

살아보니

복잡한 것은 마음뿐이다.

마음이란 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것보다 강력한 힘으로

나를 지배해 온 것이다.

내 맘인 줄 알았는데 

내 맘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 맘 나도 모르겠다는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다 보니 

자신조차 일관성이 없어

누군가로 인해 흔들리고 만 것이다.


남편은 남자일 뿐이다.

아내도 여자일 뿐이다.

남편이라는 이름을 달았다고

아내를 행복하게 할 의무는 없다.

자식은 자식으로 태어났을 뿐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할 책임은 없다.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일 뿐이다.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한다는 

관계는 무겁고 불편하다.

아내라는 이유로 남편의 욕망을 

충족시켜야 할 의무 또한 없다.

서로가

적당한 거리감을 인정하면서

산다면 관계도 단순해진다.

바람을 안고 

바람으로 날아다니는

새가 된 듯이 삶도 가벼워진다.


진정한 자유는 

나를 나에게서 해방시키고

그들을 내게서 놓아주면서 얻게 된다.

그동안 무겁게 산 것은 자신을

누군가에게 무엇엔가 묶어 놓고

살았기 때문이다.

행복도 사랑도 놓아주면 아무것도 아니다.

살아가는 것은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수확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삶을

타인의 저울에 올리지 않기로 한다.

그러다 보면

어깨 위로 날개가 솟아난다.

어떤 존재에게도 묶이지 않고

어떤 사건에도 당황하지 않으면서

삶의 파도타기를 즐기는

자유의 날개가.


그리하여 

편하게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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