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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안 Aug 18. 2023

편의점 품절 대란을 보며

동생 미담을 푸는 누나가 되어보기

아사히 생맥주부터 연세우유크림빵, 먹태깡까지 요즘 편의점에 들어간 신제품들이 재고가 들어오자마자 소진되는 경우를 SNS뿐만 아니라 뉴스를 통해서도 자주 접할 수 있다.

‘저렇게까지 살 일이야?‘하면서도 편의점에 가면 코너를 쭉 돌아보며 제품들을 찾고 있는 내 모습에 괜히 머쓱해질 때도 있다.


내가 기억하는 날들 중 가장 화제가 되었던 대란은 ‘허니버터칩’이다.

그 당시에는 꿀과 버터의 조합이 신기하기도 했고 입소문이 금방 나서 인기가 많았다. 중고거래를 통해 비싸게 되파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이때와 관련하여 기억나는 동생의 에피소드가 있다. 지금까지도 내가 술을 먹고 동생 칭찬을 할 때면 꺼내는 이야기이다.


나에게는 남동생이 한 명 있는데, 나와 나이차이가 5살다.

5년을 외동으로 살던 내게 동생이 태어났으니 질투를 하지 않았느냐는 말을 가끔 듣는데, 우리가족 모두에게 크게 그런 기억은 없나보다.

부모님이 첫째 대접을 해주신 탓도 있겠지만 ‘내 동생’이 생겼다는 것이 신나서였다.


무엇보다도 동생 어렸을 때부터 순했고, 나를 잘 따랐다. ‘우리 누나’라며 챙기는 것은 기본.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이 머리를 묶어주면 나에게 머리끈을 주려고 일부러 가만히 있었다고 말하는 아이였다. 귀여웠던 시절의 감동받았던 이야기는 꽤나 많지만 그중에서도 허니버터칩 에피소드는 잊을 수 없다.


한참 해당과자가 유행일 때 나는 그 맛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왜들 그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왜 내 주변에는 없나 싶었다.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게 나는 그 당시에도 슈퍼에 가면 기웃기웃 과자 코너를 보았고, 아이들의 후기를 들으면 집에 와서 열심히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 유행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학교에서 과자파티를 하였다. 몇 봉지의 좋아하는 과자를 들고 신나서 학교를 갔던 동생은 다시 신나서 돌아왔다. 집에서 10분 거리인 학교에서 온 동생의 얼굴이 땀으로 젖어있었다.

“누나, 선물이 있어!” 동생이 해맑게 웃으며 손에 쥔 휴지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두 겹의 휴지를 들어내어보니 허니버터칩 한 조각이 들어있었다.

“친구가 하나씩 먹어보라고 가져왔는데 누나 주려고 안 먹고 들고 왔어! 잘했지?”

동생은 10분의 거리를 과자가 으스러질까 싶어 조심조심 왔다고 한다. 주머니에 넣었다가 부서질까, 떨어뜨리진 않을까 싶어서.

눅눅해진 과자 한 조각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땀을 흘리며 들고  것을 상상하니 괜히 더 뭉클했다.


그 한 조각을 둘이 나눠먹으며 ‘별 거 아니네!’하고 이야기를 나눴던 순간이 기억난다. 많은 과자를 먹었지만 그 한 조각만큼 기억에 나는 것은 없다.


이제는 성인이 된 동생과 야식을 먹을 때면 과자를 잔뜩 사게 된다. 한 조각이 아니라 몇 봉이 된 과자를 동생과 이야기하며 나눠먹는 것이 그냥 즐겁다.


불금, 오늘 저녁에도 서로의 일을 마치고 가족들과 앉아 과자를 먹으며 도란도란 대화할 예정이다. 오늘은 허니버터칩을 한 봉 사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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