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페이지가 넘어갔지만 끝은 아니라서.
12월의 편지
어느덧 12월입니다. 새해 덕담을 나눈 것이 엊그제 같은데, 낼모레가 되었네요.
언제부터 덕담을 나누는 것이 새해의 풍습처럼 자리 잡았을까요. 해도 모자란 것이 좋은 이야기인데 말이죠.
그래서 이제 달마다 덕담을 하고자 편지를 쓰려합니다. 새해보다 한 달 이른 이 달부터요.
어제 비가 거듭 내렸습니다. 아침부터 빗소리가 저를 깨웠습니다. 겨울의 한 자락에 내리는 비는 매년 생소합니다.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 눈이 녹은 것이었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하늘에 조각조각 붉게 피어나던 단풍잎들이 거센 바람과 비에 많이들 추락했더군요.
이전에 책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꽃이 아름답다 하나, 그 식물은 꽃을 피우기 위해 고통스러웠을 수도 있다고요. 단풍을 보며 그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어쩌면 그 붉은 잎들이 떨어질 때 나무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태운 시간을 지나 보내고 안정의 시기가 찾아왔다고 말이죠. 겨울의 나무가 마냥 초라해 보이지만은 않는 건 그들이 목표를 이룬 시기여서인가 생각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빗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은, 그것이 해치지만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 아닐까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나의 시선에는 무수히 많은 생각이 들어있으니까요. 타인을 이해하고 그에게 공감한다는 것은 그런 모든 과정을 받아들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노력 속 들어있는 진심들에 더 따뜻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올해 저는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려고 했을까요. 몇 장의 잎사귀들을 달고 고민을 해봅니다.
저도 얼른 가지만 무성한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구름이 떠 있는 하늘에서 비가 또 오지 않을까 싶어서요. 저의 타오른 시간들의 일부를 비가 추락시켜 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지금 이 모습도 나쁘진 않습니다.
우리는 매번 연말이 되면 목표를 달성했는가 자신에게 묻습니다. 그에 따라 괜히 공허함을 느끼기도 하고 뿌듯함을 더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나뭇잎이 남아있는 나무도 아름답습니다. 언젠가 떨어질 잎사귀들이니 성급해지지 말아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연말이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해가 지나간다고 완전한 끝은 아니니까요.
날이 춥습니다. 비가 그치니 몸이 더 차가워지는군요. 그래도 마음만은 따뜻한 12월 보내시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