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눈이 아주 많이 온 2월의 하루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떤 달보다도 2월 이 시기가 가장 정신이 없는 것 같아요. 일이 많아질 3월을 준비하는 때여서일까요. 몸은 바쁘지 않지만 생각은 열심히 굴러다닙니다. 그렇게 굴리다 보면 커지고 더 커져요. 어느새 단단한 덩어리가 된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또 어째야 하나, 더 번잡스러워지죠.
그렇지만 그런 생각과 이후의 계획을 다듬어두는 것 또한 중요한 듯합니다. 지금 이 과정이 올해에 있어 큰 부분이 될 수 있다는 가정하예요.
저는 후회 없는 삶을 지향합니다. 후회 자체가 나쁜 것이라는 생각은 아니에요.
이 단어가 후회하는 일에 잘못이 있음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그 이후에 대한 우려를 가질 뿐입니다.
무언가를 깨우치고 뉘우치는 것은 살아가면서 성장하는데에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은 배우고, 내 목표와 가치관을 돌아볼 수 있죠. 이를 통해 우리는 미래에 어떤 일을 할 때 더 확신을 가지고, 덜 실수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후회에 들어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다 보지 못합니다. 어떤 것들은 그냥 모른 척 넘어가거나 당연하게 받아들이죠. 그 과정이 조용히 우리를 갉아먹고 있음을 알면서도요.
후회는 주로 사후과정사고를 동반합니다. '~했으면 ~했을 텐데..' 하는 것이에요. 다른 조건을 선택하였을 때의 결과 또한 예측만 가능할 뿐인데, 그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내가 했던 선택을 잘못된 것이라고 단정 짓습니다. 이건 이후에 우리의 선택을 방해하는 결과가 되죠.
황경신의 ‘한입코끼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모래알이 되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이 어른의 확신이다.’
우리는 후회의 과정 속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해 계속 물음표를 던지게 됩니다. 확신은 계속 작아지죠. 어떤 선택을 할 때는, 어느 정도 답이 정해져 있음에도 그것을 계속 돌아봅니다. 이게 맞는지요.
또 그 선택에 타인이 관련되는 순간 우리는 가책감을 가집니다. 내 잘못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잘못까지도 추궁하는 경우가 생기게 돼요. 물론 어떤 일이든 책임감은 필요하나, 그것에 죄의식을 가지는 것은 슬픈 것 같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생각 덩어리는 얼마나 커져 있나요? 모두 다 다른 크기와 모양이겠지만 너무 잘게 부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후에 어떻게 변하든, 덜 미워하고 덜 후회해 보면 어떨까요. 지금의 선택은 어떤 것보다 최선이었을 테니요. 현실을 살던 내가 고른 것이니까요.
날씨가 춥습니다. 따뜻하게 봄을 기다려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