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el Nov 17. 2023

뮤지컬 여행기

with 레미제라블

아주 오래전 책 속에서 만났던 장발장을 무대에서 만나고 왔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장발장을 만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은 부산.

자주는 아니지만 부산 ‘드림시어터’는 찾을 때마다 사람들로 만원이었다.

누구에게는 그런 생활이 일상이고 당연한 모습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었다.

모두가 이렇게 스스로에게 문화적 선물을 하고 사는구나 라는 생각이

앞으로의 나를 더 많이 변화시켜 줄거라 생각해 본다.

앞만 보고 달려온 삶 속에서 누렸던 문화라고는 지역문화예술회관 공연이나 영화 보기가 최선이었고

그마저도 시간에 쫓기거나 늘 익숙하던 대로 생활하게 되면 쉽지 않았다. 지역적 한계도 있었을 것이다.

직장 생활하면서 서울 나들이 한번 다녀오려고 하면 큰맘?을 먹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나는 뮤지컬을 잘 모르지만 예전부터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그럴 수도 있었으리라. 코로나 직전 예매했다가 코로나로 취소한 적이 있었다.

포스트 코로나가 되면서 다양한 공연이 쏟아질 때 다시 한번 ‘오페라의 유령’을 예매하고

소원풀이?를 한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이 나에게 전해준 감동은 남달랐다.

조승우 님의 오유를 만나고 싶었는데 나와 맞는 날은 전석 매진으로 전동석 님을 만났다.

꼭 조승우 님이 아니어도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멋진 무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오유의 N차 관람을 기대하고 있다.

오유는 그렇게 나의 문화적 허영을 잠 깨워 준 것 같다. 그 덕분에 시카고 내한공연을 볼 기회도 마련했고,

관심이 가게 되는 여러 무대에 나의 시간과 머니를 투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덕분에 나만이 혹은 많은 이들이 느낄지도 모르는 뮤지컬이 주는 매력을 소소하게나마 찾게 되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레미제라블이 얼마나 재미있을까?..싶은 의심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지역에 사는 내가 두 시간 정도 걸려서, 어쩌면 퇴근시간에 맞물려 동서고가로에서 밀리면

공연시간을 놓치게 될까 애를 태워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비싼 관람료를 지불하고 부산까지 갈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책을 다시 봐야겠다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막상 빌려왔지만 약 3센티 정도의 두께를 자랑하는 5권의 책을 직장 생활하면서,

공연 전에 다 읽기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책을 뒤로하고 영화를 먼저 찾아보게 되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레미제라블.

19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을 영화는 아주 잘 표현해 준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주저 없이 ‘그래~ 결정했어!’였다.

누구나 느낄 테지만 영화는 영화만이 주는 매력이 따로 있다는 생각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뮤지컬은.. 대작을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해졌고

나는 그 궁금증에 시간과 머니를 투자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레미제라블’.

다 보고 난 후의 나의 두줄 감상은 안 봤으면 완전 후회. 투자효과 완전 상회..였다.

민우혁 님이 표현한 장발장의 고통과 인간에 대한 연민,

자베르의 동의되지는 않지만 그만의 강한 신념을 잘 연기한 김우형 님.

귀엽지 않은 악행을 아주 코믹하고 귀엽게 표현해 준 떼나르디에 부부 등등... 

주.조연 배우들의 완벽한 하모니가 참 좋았다.

그리고 뮤지컬이 주는 춤과 노래의 영상?미는 보는 내내 감동과 행복의 물결로 넘치게 해 주었다.

무대장치 또한 실감 있게 표현한 부분들이 좋았다.

제한된 무대에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함에 있어서 최선을 다한 느낌이 전해져 와서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 듯하다.

배우들의 연기마다에 찬사를 표하지만 어린 용사 가브로슈가 총에 맞았을 때 나는 숨죽여 울었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는 장발장의 모습을 보면서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생각해 보며

동시에 나의 삶도 오버랩되며, 나는.....도 생각되어졌다.

우리 모두에게 전해지는 메세지로 인해 가슴먹먹해짐을 느끼게 된 참 좋은 시간.

그렇게 살아있는 공연 무대를 보며 문화속으로 나를 한걸음 더 밀어넣게 되어 참 좋다.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


작가의 이전글 이태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