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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클로버 Apr 25. 2024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지만,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37일 차

 캐나다에 온 지도 어느덧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어제는 나의 첫 출근을 앞두고 얼마 남지 않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서 하우스메이트들과 나이아가라 여행을 떠났다. 

나이아가라의 이모저모 1)요즘 튤립이 한창이다 2) 나이아가라 레이크! 3)크리스마스 마켓

 드넓은 포도밭, 색색의 꽃들과 평화로운 사람들. 치열함에서 좀 멀어진 풍경을 보면서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장장 12시간의 투어 중, 4시간 정도는 차에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 시간이 더 평화롭게 느껴진 것에는 드라이버(집주인ㅋㅋ)의 플레이 리스트였던 ‘지브리 OST’가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차에서 본 풍경들

 개인적으로 OST를 자주 찾아 듣는 편이다. 노래를 좋아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듣는 순간 영화나 드라마의 장면을 떠올리게 해주는 매력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바람 부는 날씨여도 포뇨 OST와 함께라면 왠지 배를 항해하는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집안일을 하더라도 인셉션 OST를 틀어두면 비장한 임무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제는 지브리 OST와 함께해서 그런가? 날이 흐리고 바람이 엄청 불어도 우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이런 날씨일 수도 있구나!’ 하고 인상파 그림 같은 구름을 구경했다. (캐네디언들에게는 바다라고 불리는) 호수에 도착해서는 돌을 던지며 놀기도 했다. 

 지브리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Nausicaä of the Valley of the Wind, 1984>지만, 워홀러의 삶을 기록하기에는 <마녀 배달부 키키 Kiki's Delivery Service, 1989>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13살을 맞이하여 다른 마을로 마녀 수행을 떠나는 키키의 모험을 그린다. 부모님의 품을 떠난 키키는 자신의 로망이었던 바닷가에 있는 마을에 도착하여, 생계유지를 위해 빵집에서 일하면서 배달 일을 시작한다.

잔고 체크하는 키키. 우리는 모바일로 매일 체크중이다.

 어릴 적에는 그냥 귀여운 영화로 봤었던 것 같은데, 워홀을 시작한 이후로 다시 보니 키키의 생활과 워홀러의 삶이 아주 맞닿아 있었다. 키키에게도, 나에게도 새로운 공간에 적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집을 구하는 것부터, 일자리를 구하는 것, 친구를 사귀는 것 등 쉽지 않은 것투성이다. (키키는 향수병이 좀 덜 한 것 같기는 하지만!)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지만,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이렇게 함축적으로 워홀러의 삶을 정리할 수 있다니! 이번에 영화를 다시 보면서 감탄했던 부분이다. 외국에 와서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다루면서 동화적인 요소들을 놓치지 않았다. 이런 힘이 있기 때문에 지브리 영화들을 사랑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린이들이 좋아할 캐릭터와 서사가 있으면서, 어린 왕자 소설처럼 커서 봐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다.

침대에 쓰러지기 일수! 아프기도 하고, 마법을 잃기도 하는 키키

 성장 영화의 주인공 답게 키키에게도 시련이 온다. 몸이 아파 앓아눕기도 하고 슬럼프가 와 마법의 힘을 잃기도 한다. 키키는 당황하지만,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일어선다. 우르슬라의 집에서 슬럼프를 극복할 비결을 얻고, 케이크를 선물하는 할머니의 따스함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노력함으로써 마법도 극복하게 된 키키는 다시 웃을 수 있게 된다. 

NIAGARA NEVER STOP 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나의 친절함도 멈추지 않기를..!

 결국 꾸준함과 친절함은 자신에게 돌아온다. 키키가 계속해서 마법을 연습하고, 베풀었던 친절을 돌려받은 것이 나에게도 적용되리라고 믿는다. 내일 일본식 마트의 트레이닝을 앞두고 있다. 그 일을 위해서 엊그제는 Food Handler라는 식품 취급 자격증도 땄다. (영어로 따려니까 6~7시간 꼬박 걸렸다!) 아직은 외노자로서의 삶이 어떻게 풀리게 될지 확신이 없지만, 또 어떻게 인연이 이어질지 궁금하다. 최대한 꾸준히 & 친절하게 살아가려고 한다. 글도 놓치지 않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해봐야겠다. 그렇게 살다 보면, 키키처럼 다시 날아오르게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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