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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랙클로버 May 08. 2024

수선화가 피는 계절엔, 빅 피쉬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50일 차

 5월에 접어들면서 토론토에도 봄이 찾아왔다. 나와 룸메 모두 간단한 일을 구해서 시작했다. 아직 고정 스케줄은 아니지만, 일주일의 일정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게 삶 만족도에 도움이 되고 있다.

걸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중!

 여기는 노을이 5시쯤 시작해, 거의 8시 40분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썸머 타임을 적용했는데도 불구하고!) 저녁에 노을을 보며 산책하기 아주 좋다. 날이 흐리지만 않으면 4시간 내내 골드~핑크빛으로 물든 하늘을 즐길 수 있다. 요즘엔 6시만 되면 하늘을 바라보며 룸메를 꼬시고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대화도 하고, 주택가를 가로지르며 도넛과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여행 가서나 누릴 법한 여유를 부려보고 있다.

황수선화도 많지만, 사진은 생략했습니다 튤립은 보너스!

 산책하며 주택가를 가로지를 때면 각자의 개성을 엿볼 수 있다. 일괄적으로 꾸며진 공공 조경이 많은 한국과는 다르게, 토론토에는 집주인들이 각자 꾸민 정원이 많다. 아직 다른 계절은 잘 모르겠지만, 4~5월엔 튤립과 수선화를 잔뜩 볼 수 있다.

 수선화 하면 바로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 Big Fish, 2003>다. 빅 피쉬는 허풍 많은 아버지의 이야기에 질릴 대로 질린 아들 윌리엄이 아버지가 해주던 이야기의 진실을 알아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동명 소설 원작 영화로, 아버지의 이야기가 판타지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게 매력적인 영화다. 한국에서는 2003년 이후, 2021년에 17년 만에 재개봉할 정도로 사랑받았다.

2019년도에 그렸던 빅 피쉬 팬아트. 서명은 어따 팔아먹었지?ㅋㅋ

 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 에드워드 블룸은 여자 주인공 산드라가 노란 수선화를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5개 주의 모든 수선화 밭에 전화해 수선화를 모아오는 로맨티스트다. 그의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덕분에 노란 수선화로 가득찬 씬이 영화에 남았다니! 영화를 볼수록 그의 허풍을 사랑하게 된다.

They say when you meet the love of your life, time stops. And that’s true.

 빅 피쉬는 환상적인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잘 풀어낸 영화다. 사랑에 빠진 순간, 시간이 멈추는 표현과 내레이션이 어우러져 더욱 로맨틱하게 보인다. 마녀나 천국 같은 현실에 없을 인물/공간들도 어색하지 않게 풀어냈다.

 평생 겪은 이야기들을 빅 피쉬처럼 엮으면 나도 허풍쟁이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 미국 입국 심사 탈락했던 이야기라던가, 토론토에서 보이스피싱 당할 뻔했던 이야기 등등. 나중에 또 천천히 풀 일이 있으리라 생각한다.ㅋㅋ

 빅 피쉬는 전형적인 액자식 구성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자칫하면 끊어져 보이거나 늘어질 수 있는 아빠의 삶 이야기들을 ‘진실을 찾고 싶어 하는’ 아들의 이야기로 어색하지 않게 연결해 주었다.

 결국 아들은 아빠의 담당의를 통해 진실을 알게 되지만, 실망하기보다는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아버지와 화해하고, 아들이 만들어준 아버지의 결말이 영화의 결말로 남는다. 

 영화는 끝났지만, 나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여기에서의 생활이 어떻게 기록될지 잘 모르겠지만, 끝까지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커다란 물고기가 되어 떠난 에드워드처럼 큰물에 왔으니 폭풍 성장해서 돌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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