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을 하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여행 중인 나
한국어 강사의 길을 선택할 때 한 가지 고려한 점은 지속적으로 일하지 않는 3개월 간격의 수업 형태가 컸다. 마치 교사들이 방학을 통해 재충전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삼 개월 후에는 여행이나 쉼을 갖고 다시 재충전 후 일할 수 있다는 매력이 컸다.
하지만 실제 해보니 처음에는 그 시간이 준비 기간으로 모두 소요되어 내가 기대했던 재충전은 없었다. 지금 이 길을 들어서는 분들은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쉬는 방학이지만 다음 학기 수업 준비로 바쁜 시기이기에 실제 쉴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다.
그런 시절은 지났지만 여러 가지 일들로 바쁜 요즘 긴 여행을 간 것은 이례적인 행보였다. 어쩔 수 없는 일정과 준비만 일 년이 걸린 여행이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무리하게 출발하였다. 출발하면서도 돌아와 산재할 일들이 걱정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 달리 나는 여행지에서 너무 잘 놀고 웃고 잘 먹고 잘 잤다. 무슨 걱정 없는 사람처럼 푹 쉬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젊은 친구들의 모습에 부럽고 또다시 나와야지 하는 생각도 했다. 패키지가 아닌 자유여행으로 예약과 예매로 정신없이 보낸 긴 시간이 있었기에 품이 들기는 했지만 이러한 것들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결과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비행기를 오래 타는 것도 체력이 없어 지쳤지만 나가보니 좋았다. 그 자체가 힐링이었고 기쁨이었다. 나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행이 말이 쉽지 쉽게 떠날 것 같지만 실제 그렇지 못한다. 이런저런 이유와 일정들로 다시 떠나기는 여전히 힘들다.
돌아와 시차 적응을 하고 짐을 풀다 다시 조그마한 가방에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싸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시 떠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나의 새로운 목표를 만드는 행위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슬며시 배어 나오는 웃음이 싫지는 않았다.
실제 이번 학기가 끝나고 다시 떠날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막연한 희망이 있어 남은 학기가 즐거울 것 같다. 그래서 이번 학기가 끝나면 가까운 곳이라도 떠날 생각이다. 그리고 가까운 시기에는 남편과 홋카이도 열차 여행을 기획 중이다. 동선과 모든 예매를 하고 숙소도 찾고 맛집도 찾으면서 그 시간을 기대하며 여유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여행지에서 본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 부럽고 나는 저 나이에 이런 곳에 와 보지도 못했는데 저들은 참 대단하구나 뭐 이런저런 생각과 혼자서 씩씩한 그들의 모습이 대견했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가야 할 곳들을 생각하면서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돌아와 보니 예상대로 많은 일들이 산재해 있다. 단순한 나는 머리가 복잡하고 허둥대고 있지만 하나씩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의 준비와 발표 준비로 바쁜 오늘도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며 다시 올 나의 쉼의 시간을 기대하고 있다.
예전과 다르게 모든 것을 덤덤히 받아들이는 나를 보며 나이를 먹어 가는 것이 그렇게 속상하지만은 않았다. 나는 나이를 먹어 가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지혜를 얻고 그리고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는 삶을 살고 있다. 웬만해서는 화가 나지도 않는 나를 보면서 이 나이 들어 감이 그렇게 속상하지 않다.
그리고 이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에 감사한다. 지금 나에게 이 일이 없었다면 얼마나 무료하고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처럼 대강으로 이제 막 한국에 온 친구들과 수업을 했는데 얼마나 깔깔거렸는지 끝날 때 친구들이 인스타그램 계정을 물어보는데 이 친구들이 나와의 시간이 싫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를 했다.
힘들게 유학온 그들에게 조그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좋았고 좀 더 좋은 한국어 강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면서 돌아왔다. 능력이 있는 한국어 강사도 좋지만 학생들과 공감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모든 게 감사한 한 주를 마무리하고 또 돌아올 다음 주를 기대한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