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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Jun 23. 2024

20대에 4번 이상 직무를 바꾼 프로이직러가 했던 일들

70세가 돼도 진로 고민 할 듯

곧 30인데 아직도 신입이다. 친구들은 한 가지 일을 진득이 잘하던데 난 왜 이리 여기저기 관심이 튀어 다녔는지.. 그래도 이제는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의 힌트를 알아냈다. 중간중간 짧게 했던 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하면 경험한 일이 더 많지만 인상 깊은 것들만 추렸다. 인생은 connecting the dots,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 나를 알아갈 수 있었던 일 경험이 진로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특허 법률 회사 해외 관리직

어릴 때부터 영어를 좋아했고 가장 잘했다. 전공과 부전공도 모두 영어 관련. 막연히 영어 쪽으로 일을 하고 싶어서 영어를 쓸 수 있는 직무에 지원했다.

국제 특허 등록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소통하는 일. 비즈니스 영어 이메일을 쓰고 인보이스와 특허 등록 서류를 다뤘다.

일단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전문직 지원 업무라서 난이도가 높았고 서류를 다루는 행정, 관리 일이 정말 너무 안 맞았다. 정해진 형식에 맞춰서 숫자나 영어 표현, 용어만 조금씩 바꾸고 반복하는 너무 지루했다. 근데 일은 많고 바빠서 어마어마한 양의 남는 게 하나도 없는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


이 일은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해 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평소 정적인 취미와 성향을 갖고 있어서 이런 반복적인 일이 당연히 잘 맞을 거라 생각했다. 반대로 '뭔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일이 잘 맞지 않을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지금은 웃으면서 말할 수 있지만, 인생에 처음으로 정신과진료를 고민했던 시기기도 했다. 관련해서 쓴 글.


영어 영상 번역

전 회사에서 사람한테 질려서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가 되고 싶었다. 내가 혼자서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영상번역을 시작했다. 영어회화 어플에 교육용 콘텐츠로 쓰이는 미드와 애니메이션 등을 번역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좋아하는 영어를 쓰고 내가 번역한 표현으로 누군가가 영어를 배운다는 게 뿌듯했다. 하지만 수입이 최저시급도 안 나오는 수준이었고 해당 프로젝트 담당자가 바뀌며 나에게 다른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 또 사람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 돈 받고 어차피 사람과 부딪히며 스트레스받을 바엔 다시 회사 들어갈래!' 결심했다.


영어 교육 뉴스레터 콘텐츠 기획

이전 경험 덕분에 영어 교육 스타트업의 콘텐츠 기획자로 입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장 재미있고 적성에 잘 맞았다. 주로 영어 학습 뉴스레터를 만들었다. 뉴스레터의 타이틀, 인트로 등 글을 쓰고 학습법, 표현, 영상 등을 큐레이션 하며 약 200개의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 외에도 플랫폼과 제휴하고 온라인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마케팅스러운 일을 했다. 많이 바빴지만 일이 가장 즐거웠던 시기였다.

하지만 회사 내 조직개편으로 사업 종료를 하게 되며 1년 남짓만에 다른 직무를 맡게 됐다. 그리고 이 기점으로 10년 넘게 좋아했던 영어가 싫어졌다. (처음엔 덕업일치가 좋았지만 나중엔 정말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좋아하는 게 일이 되면 더 힘든 것 같다.)


영어 이러닝 PM

딱 요런 느낌. 스튜디오에 강사를 두고 촬영 감독을 했다. 

조직개편으로 맡은 새롭게 맡은 직무는 영어 인터넷 강의를 만드는 일이었다. 사실 이 일은 하기 전부터 안 맞을 걸 알고 있었다. 대학 시절 영상 기획 과제를 하면서 '영상 콘텐츠 기획'이 잘 맞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스토리보드를 쓰고 화면의 비주얼적인 부분을 설계하는 게 싫었다. 게다가 이 일은 인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필요한 관리 업무(강사 섭외, 일정 관리, 커뮤니케이션 등)에 더 중점적이었다. 콘텐츠 기획과 제작 비중이 높은 일을 하고 싶었다.


일이 안 맞다는 걸 아는데 당시 회사 조건이 너무 좋아서 퇴사하기 힘들었다. 업계에선 알아주는 회사였고 대기업 뺨치는 복지에 무려 주 4일제였다. 현실 도피를 하며 일을 2년이나 하다가 그만뒀다.

 

그리고 콘텐츠 에디터

교육 업계에서의 3년 경력을 포기하고 또다시 신입으로 시작했다. 처음으로 영어와 관련되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 어릴 때부터 영어를 좋아하고 해외 경험부터 전공까지 모든 게 영어로 가득했던 나에겐 인생의 2막 같은 터닝포인트다.

회사에서 뉴스레터를 썼을 때 가장 재밌었고 성과도 좋았기 때문에 텍스트 콘텐츠 기획을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글을 뛰어나게 잘 쓰는 것도 아니라 선택에 많은 고민과 방황이 있었지만, 어쩌다 보니 온라인 매거진에서 연예 분야를 쓰고 있다. 사실 연예, 가십보다는 (교육업계 출신 다운 성질인지) 정보성 글을 쓰고 싶은 소망이 있지만 글 쓰는 자체는 너무 재밌다. 어서 내공을 쌓아 콘텐츠 에디터로서 주절주절 털어놓을 있는 날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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