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를 느끼는 계절

by 코지

예년보다 연말 느낌은 덜나지만 요즘 날이 꽤 추워지며 공기가 차가워지는 계절은 유독 감사를 느끼기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이 쌀쌀해지며 내 루틴에도 작은 변화들이 생겼는데, 계절은 매년 돌아오지만 올해는 그 변화가 유난히 크게 다가온다.



일단 집에 돌아올 때 느끼는 안도감이 그렇다. 집이란 원래 나를 반겨주는 공간이지만 겨울에는 그 위안이 배가 되는 듯하다.


차를 탈 때도 그렇다. 밖은 춥지만 옵션으로 넣은 엉뜨와 핸뜨(?)가 주는 그 즉각적인 만족감이 썩 크다. 바깥이 얼마나 춥든 외투를 뒷좌석에 던져두고 홀가분하니 한 겹만 입고 운전하는 자유로움 또한 감사하다.


드라이브에도 다시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이제 운전을 시작한 지 막 일 년이 되었지만 부지런히 제주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닌 덕에 운전이 재미없어진 차였는데, 요즈음은 다시 차 안에서 쓸쓸한 노래를 들으며 감성에 젖기에 좋아졌다. 특히 밤에 더욱 그렇다.


겨울에만 들을 수 있는 노래도 있다. 이십 대에는 날이 추울수록 세상이 오늘 막 끝날 것 같은 절절한 발라드만 들었는데, 삼십 대 중반인 지금은 일상이나 신경에 거슬리지 않는 최대한 잔잔한 노래들만 고른다. 특히 강아솔의 노래 같은. 그 잔잔함과 쓸쓸함과 위로를 운전하며 멍하니 느껴본다.


겨울은 또한 힘든 일을 더 힘들게도, 덜 힘들게도 만들어준다. 찬 공기에 내 고통을 섞을 수도 있고, 또는 나만 힘들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기도 한다. 힘든 일이 지나고 나면 일상의 감사함과 안도감을 따뜻함과 함께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사람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쓸쓸함을 배로 느끼기도 하지만, 그래도 집에 들어와 따뜻한 물에 몸을 맡기고 차를 마시면 그날의 만남을 더 데워진 마음으로 차분히 곱씹어 볼 수 있는 계절. 그리고 밥을 챙겨주는 길고양이에게도 마당 한편 따뜻한 공간을 내어줄 수 있어 행복한(제발 들어가 줘 제발 써줘).


옆에 있어주는 사람에게도 하루를 보내고 만나 따뜻한 포옹을 건네기에 완벽한 계절이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따뜻함과 감사함은 썩 잘 어울리는 단어들이네. 겨울은 내게 막연히 아픔이 생생해지는, 고통이 더 시려지는 계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역설적으로 마음 깊이 감사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글로도 남겼으니 이번 겨울은 더욱 겸손하고 차분히, 감사로 채워 보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