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턴 프리드먼은 20세기 자유주의 경제학의 얼굴이다. 그는 단순히 학문적 논쟁에 머문 인물이 아니라 정책 현장을 직접 움직이며 자본주의의 방향을 바꾼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1912년 뉴욕 브루클린의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부터 교육과 통계적 사고의 힘을 갈고닦았다. 러트거스대, 시카고대, 컬럼비아대를 거쳐 학문적 기반을 다진 뒤 시카고학파의 확고한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프리드먼 이론의 핵심은 화폐다. 그는 고전적 화폐수량설을 현대적으로 계승해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적인 현상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화폐량(M)×화폐유통속도(V)=물가(P)×산출량(Y)를 경제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 등식이 단순한 수학적 관계가 아니라 경제변동의 본질을 설명한다고 봤다. 통화정책이 소득, 생산량, 물가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수요를 조절하고 재정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화폐 공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야말로 경제를 지탱하는 기초라고 주장했다.
그의 대표적 주장은 K% 준칙으로 요약된다.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매년 통화량을 일정한 비율(K%)만큼 늘려야만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시장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는 정부의 재량적 개입을 신뢰하지 않았다. 단기적 경기 부양책이나 임기응변식 정책은 불필요한 혼란만 낳으며 오히려 경제의 장기적 안정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경제를 안정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통화 공급을 신중하고 꾸준하게 관리하는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프리드먼은 케인스주의와 정면으로 맞섰다. 케인스가 불황의 원인을 유효수요 부족에서 찾고 재정지출 확대를 처방했다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과 불안정의 근원을 정부의 통화팽창에서 찾았다. 그는 정부가 실업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시도는 단기적으로만 가능할 뿐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만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람들의 소비는 현재 소득이 아닌 장기적인 기대 소득에 따라 결정되므로 정부의 단기적인 세금 감면 효과는 미미하다고 반박했다. 그의 주장은 재정정책의 우위라는 케인스학파의 전제를 뒤집고, 통화정책의 우위를 천명한 것이었다.
정책 현장에서 프리드먼의 목소리는 힘을 얻었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케인스주의가 흔들리자 그의 이론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랐다. 198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는 감세, 규제 완화, 복지 축소, 노동조합 견제 등이 추진됐다. 경제는 효율성을 얻었지만, 불평등과 사회적 고통은 심화됐다. 프리드먼은 특히 노동조합의 임금 담합, 가격 통제, 복지 확대와 같은 제도적 개입을 경제 성장의 적으로 규정했다. 노동시장이 경직될수록 실업이 늘어나고, 복지제도가 과도할수록 개인의 자율성과 생산 의지가 약화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프리드먼은 자유와 번영을 약속했지만 냉혹한 현실을 불러온 대명사가 됐다.
그는 자유를 단순한 정치적 권리가 아니라 경제적 권리와 동일시했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고, 노동시장에 개입하며, 복지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은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의 저서『자본주의와 자유』는 자유시장의 윤리적 정당성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프리드먼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이윤 극대화라며, 기업이 사회공헌에 나서는 것은 주주의 돈을 빼앗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는 경제학을 넘어 경영윤리와 기업 사회적 책임 논쟁까지 확장됐다.
프리드먼의 사상은 언제나 논쟁을 불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의 이론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가 규제 완화로 인한 금융 불안정, 양극화 심화를 간과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통화정책만으로 경제를 안정시킬 수 있는가, 자유시장만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감당할 수 있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에 다시 봉착한 셈이다.
프리드먼은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으며 학문적 업적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의 유산은 자유시장과 정부 개입을 둘러싼 끝나지 않은 논쟁 그 자체에 있다. 프리드먼은 경제학을 수학적 모형의 학문이 아니라 자유와 권력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논쟁의 장으로 끌어올렸다. 그의 이론은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극대화했으나 사회적 연대의 약화를 초래했다. 시장의 자유가 무제한 확장될 때 그 비용은 가장 취약한 이들에게 전가됐다.
프리드먼의 이름은 지금도 우리에게 묻고 있다. 경제를 맡길 대상은 시장인가, 아니면 국가인가. 통화정책은 안정의 열쇠인가, 또 다른 불안의 씨앗인가. 자유주의는 번영의 조건인가, 불평등의 핑계인가. 그의 사상을 답으로 삼을지 새로운 질문의 출발점으로 삼을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