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팝업을 하고 나면 희한하게 또 다른 팝업 제안이 들어오곤 한다. 이것은 비단 팝업스토어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적용되는 법칙인데 0(무) → 1(유)를 만들기까지는 엄청난 고난의 과정이 뒤따른다. 하지만 1을 하고 나면 50, 100, 1000, 10000은 계속 순풍 단 듯 갈 수 있다. 처음엔 아무리 밀어도 밀리지 않는 수레처럼 꿈쩍도 하지 않지만 한 번 움직인 수레는 조금만 힘을 줘도 더 쉽게 끌고 갈 수 있다.
어찌 됐든 한번 팝업스토어를 잘 마무리하고 나니 다른 팝업스토어 제안이 들어왔다. 그러면 전체적인 조건에 대해서 검토도 하고 우리가 해야 할 곳의 사이트 자료도 받아보며 분석을 하고 일정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도 판단한다.
3년 4개월 동안의 사업동안 행사, 이벤트, 강연 등을 제외한 순수 팝업스토어만 총 7번 기간으로는 11주를 했다. 3개월은 매장이 아닌 밖에 나가서 지냈던 셈이다. 주로 전국 아웃렛, 스타필드, 서울 쇼핑몰에서 진행했다. 그리고 그동안 거절했던 제안들도 최소 십 수 번은 됐었는데 그렇다면 하지 않았던 이유를 아래와 같이 정리해 보겠다.
1. 수수료가 너무 높은 팝업
일단 가장 중요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팝업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가급적 낮은 수수료를 원할 것이고 반대로 유통업체는 높은 수수료를 받고 싶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나는 수수료가 너무 높으면 들어가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가격왜곡현상'이다.
여러분들은 쇼핑몰 아웃렛에서 밥을 먹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모두 '그렇다'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가? 매번 그렇게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쇼핑몰 음식점 가격이 높은 이유는 바로 '높은 수수료' 때문이다. 가끔 팝업 현장 가서 담당자를 만나 미팅을 하다 보면 가격을 원래 팔던 것보다 더 높게 올려서 팔아도 괜찮으니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그 말뜻이 무엇인지는 알겠다만 멀리서 우리 제품을 만나러 온 손님에게까지 혹은 처음으로 우리 제품을 만나는 사람에게 왜곡된 가격으로 제품을 전해주고 싶지 않았다.
특히 집에 가서 우리 매장 상호명을 쳐보니 온라인 스토어에서 파는 가격보다 15%씩 비싸다면 당신은 사고도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심하게는 사기당했다는 생각도 들지 않을까?
수수료가 30%만 되어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 가끔 입점을 도와주는 대행사에서 연락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수수료가 거의 40%에 육박하는 경우도 나는 들어봤다.(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들이 연결해주는 노력에 대한 대가가 있는 것이다) 내 기준으로 나는 20% 이하로 받은 제안만 진행하고 있다. 백화점이라고 수수료가 높다고 현장 가서 사람이 많아 보인다고 매출이 잘 나온다는 보장은 절대 할 수 없으니 이에 현혹되지 않는 방법은 수많은 경험과 얻어터지면서 얻는 데이터로 판달할 수 있을 뿐이다.
2. 함량 미달 담당자
한번 이런 적이 있었다. 모그룹 유통사 담당자와 미팅 약속을 잡았는데 그는 무려 35분이나 지각을 했다. 나는 정각이 됐을 때쯤 혹시 어디쯤 오셨는지 전화를 했다. 그런데 자신이 관리하는 백화점에서 출발을 늦게 하고 차도 좀 막힌다고 말을 했다.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양반은 어느 나라 법 체계 속에 살고 있는 것이지?'
내가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으면 그 사람은 늦으면 늦는다 연락조차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35분 늦게 와서 하는 말은 더 가관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라고 하지 않고 그는 "아 지금 여기(우리 매장)에 손님이 있는데 여기서 이야기해야 하나요?"라고 되려 자기가 어이없다는 식으로 첫말을 내뱉었다.
제발 일을 하기 전에 사람이 먼저 되기를 바란다.
나도 개인사업을 하기 전엔 기업에서 11년 동안 일을 했지만 타임펑츄얼, 시간 약속을 못 지키고 컨트롤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거래하지 않는다. 직장 당시에도 후배가 면접을 2시에 잡아놓고 면접자들은 다 기다리는데 출발을 2시에도 하지 않는 것을 한 번도 아니고 십 수 차례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하다 못해 포기까지 한 적이 있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고 첫 느낌이 쎄하다면 그 직감이 맞다.
무슨 바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관리하는 점포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본인 일정 보고 컨트롤 할 수 있는 담당자가 됐으면 좋겠다.
물론 나는 미팅을 아주 성심성의껏 했다. 그 사람은 늦었지만 본질은 우리가 오늘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팝업스토어를 준비하는 것이 그 주제였으니 말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도 검토해 보겠다 했고 그 사람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 달라 했다. 그리고 그는 1주일, 한 달, 1년이 넘도록 "혹시 생각은 해봤는지?"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다. 아마 본인이 지각하고 우리와 조율할 내용은 쏙 빼놓고 내부 보고에선 "그 업체 좀 이상한 것 같다" 며 이리저리 둘러대고 "다른 곳 발굴 하겠습니다"라고 할 것이다.
이런 담당자와 같이 일하면 매우 피곤해지며 약속을 잘 지키지 않기 때문에 여러 불안요소들이 있어 쉽게 신뢰하고 미친 듯이 일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편이 낫다.
3. 지나친 요구를 하는 경우
단 2주짜리 팝업스토어를 하는데 4평짜리 매대 구성을 위해 수천만 원을 쓰라면 당신은 그렇게 하겠는가? 그래도 백화점이니까 어느 정도 그 감도(그놈의 감도)와 분위기를 맞춰주는 재질의 자재와 가구를 쓸 것을 권고한다. 물론 이들도 본사에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ok며 우리 실력이 충분히 가능하다면 처음이라도 부딪혀 가며 배우면서 하면 그만이다.
4평짜리 공간을 꾸리는데 담당자가 보내준 팝업 전담하는 집기 업체에 연락하여 견적을 물어봤다.
놀라지 마시라.
최소 "3500만 원부터 시작이란다. 진열장 두 개, 스탠딩 가구 하나 세우는데 말이다." 그때 느꼈다. 이거는 브랜드들만 할 수 있는 거고 일단 이 업체들도 백화점 팝업한다고 하면 요구사항도 까다롭고 어려울 것이 뻔하니 매우 높은 견적을 부르고 하면 하는 거고 말면 말겠다는 식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지금 개인사업자이고 좋은 기회로 팝업 제안을 와서 진행하게 됐다면 축하한다. 그것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도 안 되는 집기 비용을 들여가며 2주간 팝업을 위해 이미 미리 엄청난 돈을 쓰게 될 것이라면, 나는 절대로 하지 말 것을 권한다.
그렇게 큰돈을 쓴다고 해서 큰돈이 다시 나에게 벌리라는 법이 없다. 그냥 적자내고 빚을 지고 싶다면 수락해라. 하지만 팝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아닌 것 같으면 과감히 거절하고 하지 마라.
백화점, 아웃렛, 쇼핑몰이 왜 팝업스토어를 하는지 아는가? 고객들에게 늘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고 거기에 추가로 당신의 팝업을 통해 많은 집객효과 + 놀고 있는 빈 공간을 활용하여 추가적인 수수료를 얻고자 함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팝업스토어를 하고 싶은가? 매장에서 만나는 고객의 수는 한계가 있고 많이 집객이 되는 곳에서 고객을 만나고 싶고 많은 돈을 벌고 싶으니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더 유명해지고 내가 가진 브랜드가 이 정도는 해냈다는 레퍼런스를 가져가고 싶으니 진행하는 것이다.
해야 할 팝업과 하지 말아야 할 팝업은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 서로 윈-윈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걸 판단하는 눈을 기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