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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영이아빠 May 08. 2023

가족의 빈자리

사촌의 생일

 5월 4일...수영이와 수예의 사촌동생이자 수영이와 수예의 어머니인 나의 아내의 조카인 은서의 생일이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아내를 보는 순간 아내가 "오늘 은서 생일이네" 라고 한다. 솔직히 난 은서의 생일이 며칠인지 잘 모른다. 어린이날 근처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5월 4일이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년에도 은서의 생일이 5월 4일이라는 것을 그 때가면 모를 수도 있다.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처형(은서 엄마)이 오늘 은서 생일인데 저녁식사 함께하는 것 어때요? 라고 물어볼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처형이 수영이가 없는 우리 가족을 알게 모르게 잘 챙긴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러나 사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재의 마음가짐으로 처형네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처형네에 가더라도 진심으로 은서의 생일을 축하해줄지 자신이 없기도 하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4시45분까지 처형이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저녁을 함께 하자고 물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나만의 생각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작년 우리 아들인 수영이의 생일에 찍은 사진을 아침 기상후 아내의 은서 생일 이야기를 듣자마자 보기 시작했다. 22년 11월 25일 지금으로부터 4개월이 넘은 지라 핸드폰 사진 어플의 스크롤을 꽤나 내려야 했다. 수영이의 생일 저녁, 케익과 단촐한 미역국을 앞에두고 케익에 꽂은 초에 불을 붙인 상태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 있었다. 그 동영상에서 내 아들 수영이는 달랑 미역국과 케익만이 차지한 식탁 앞에서 너무나 행복하게 손뼉을 치며 자신의 생일 축하를 만끽하고 있는 듯 했다. 물론 자신의 생일인지라 생일축하 노래를 신나게 부르고 있진 않았고 가족이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며 웃고 있었다.


 은서의 생일인데 은서의 생일 축하보다 내 아들의 생일을 더 축하해 주고 싶었고, 내 아들이 우리와 함께 했음을 더 자축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무슨 7살난 처 조카의 생일에 질투를 보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난 내 아들이 잊혀지는 것도, 다른 이들의 기념일에 묻혀서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싫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금 내 아들이 없고 내 아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 가슴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무언가가 깊숙히 자리잡고 있는 것 처럼 고통스럽기에 다른 이들의 기념일을 빌어 내 아들을 기억하고 축하해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아들의 생일은 앞서 말했든 2010년 11월 25일이다. 내 아들의 인터넷 사이트 ID는 david1125로 거의 통일되어 있다. 내 아들은 기념일이라고 할 만한 것이 생일밖에 없다. 물론 기일도 존재하나 기일은 남에게 드러내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아프기에 생일정도만이 기념할 수 있는 날 일 수 있겠다. 다른 이들은 얼마나 많을텐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생일, 대학입학일, 첫 출근일, 결혼기념일 등등 무수한 기념일들이 생길진데, 내 아들은 달랑 생일하나인 것이 마음이 아파 처 조카의 생일에 샘을 내어 생일도 아닌 날에 내 아들의 생일날의 동영상을 눈물을 뚝뚝흘리면서 봤던 것 이리라.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 어떤 기념일에도 달랑 하나 있는 기념일을 가진 내 아들이 떠 오를 것이고. 그게 우리 가족이면 함께 기쁘면서도 아들의 부재로 인한 눈물이 날 것이고, 우리 가족이 아니면 질투 어린 마음으로 내 아들의 생일날의 동영상을 눈물과 함께 볼 것 같다.


 직접 전하지는 못하지만 은서야 생일 축하해! 수영아 오늘 은서의 생일이야! 아빠 직접 축하한다고는 못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 축하해줘도 되지? 수영이도 하늘나라에 있으면 은서 생일 축하해줘. 수영이가 무척 잘 돌봐줬던 동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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