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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영이아빠 May 08. 2023

가족의 빈자리

어린이까지만 살다간 내 아들 수영이

 몇번째 어린이 날인지는 모르겠다.

 

역사적으로 소파 방정환 선생님께서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을 위하여 어린이날을 만드셨다는 것은 내가 초등학교 다닐때부터 들었었고, 어린 시절 아들이 공부를 하지 않음에 내심 내키지 않으셨던 나의 아버지도 어린이 날만큼은 원하는대로 하라고 했던 1년 중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 중 하나인 날이 오늘 어린이 날인 것이다.


 나는 수영이와 수예와 함께한 추억은 많지만 무언가를 뜻있게 여기고 소중한 추억으로 삼는 그런 성격은 아니었기에 수영이와 수예와 함께한 어린이 날이 내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고 그러진 않았다. 그러나 오늘 아침 기상을 하여 어린이날에 무엇을 했을까 라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보니 몇몇 추억은 선명하게 남아있는 듯 했다. 이럴 땐 수영이의 부재로 인한 추억의 슬픔으로 가족과 함께하자고 어느정도 강권하는 아내가 미운지, 아니면 추억을 남기게 해줘서 아내가 고마운건지 고민스러울 때가 있기도 하다.


 2015년 5월 5일 수영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유치원에서 근처 공원에서 아빠와 함께하는 마라톤 행사를 개최하였다. 약 1.5킬로미터 둘레의 호수를 2번 도는 거리였고, 수영이와 나는 손을 잡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다. 달린지 얼마되지 않아 수영이가 돌부리에 걸려넘어진건지 다리에 걸린건지 원인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은데 앞으로 크게 넘어져 가슴부터 바닥에 떨어져 숨을 잠시 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을 하였다. 나는 크게 다치지 않을 것이란걸 알고 있었던지라 아픈 아이의 걱정보다는 조심하지 못한 아이를 나무라고 싶은 마음이 더 컸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기억에 아이를 나무라지는 않았던 것 같으나 살갑게 안아주지 못했던 걸 아이도 느꼈으리라 생각을 할 정도로 수영이가 어쩔줄을 몰라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2바퀴 완주를 했고 아이들 특성 상 목표를 이룬 것에 대단히 기뻐하며 언제 넘어진적이 있냐는 듯 햇살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채로 엄마에게 자랑을 했었다.


 2017년 5월 5일에는 근처 백화점에서 그 당시 유행했던 팽이 대회가 열렸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영이, 수예, 아내, 그리고 나 우리 가족 모두가 총 출동하여 어떤 팽이가 강한지 그리가 참여할 수 있다면 참여해서 우리 팽이 조합의 강력함을 자랑하고 싶었다. 아! 이 날 수영이는 팽이 대회에 참여할 수가 없었다. 4월 30일에 동생과 놀다가 그만 팔이 부러져서 깁스를 했기 때문이었다. 아빠인 내가 수영이의 팽이로 참여를 했었다. 그리고 5연승을 했다. 내 기억으로는 수영이는 수영이가 가지고 있는 팽이의 강력함에 대해 기뻐했고, 아빠인 내가 그 팽이로 5연승을 해서 너무 좋아했었던 것 같다. 무려 거주 지역 랭킹 2위를 물리쳤으니 그럴만도 했을 것이다.


 이런 기억들이 꽤 있다. 3살부터 수원살 때인 12살까지 어린이 날의 소소한 기억들이 있다. 13살 때는 지금 살고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왔었고, 수영이도 어느정도 자란 상태라 따로 어딜 놀러가고 그러진 않았다. 5월 6일이 처가 가족들과 함께 속초에 놀러가는 날이라 어린이날을 위해 기념할만한 무언가를 하진 않았다. 오늘은 23년 5월 5일이다. 내 아들 수영이가 살아있다면 어린이 상태가 아닌 14살인지라, 우리 수영이는 딱 어린이 시절의 삶만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서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왜 수영이에게 어린이의 삶만 허락을...이런 울분을 표현한다면 그냥 신파극이 될 것 같아서 그런 내 마음의 울부짖음은 삼키는게 맞는 것 같다.


 수영 어린이의 삶은 어땠을까! 나는 수영이가 살아있을 때는 불쌍하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오히려 요즘 세상에 태어나서 참 좋겠다. 내 어릴 때 비교하면...이라는 꼰대적 마인드로 수영이의 삶을 부러워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저 불쌍함 뿐이다. 내가 그렇게 부러워했던 요즘 세상을 살지 못하는게 너무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어렵지도 않아서 어느정도 지원해 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이런 나의 생각말고 수영이가 바라본 삶은 어땠을까? 살만한 세상이고, 따뜻한 가족이었을까? 아직 성숙하지 안아서 그런 철학적인 생각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행복하다, 불행하다, 내 가정이 좋다, 싫다!라는 단순한 호불호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수영이의 생각은 수영이의 생각이었을 것이고, 계속 머리에서 맴도는 말이 있다. 너무 갑작스럽게 서로 이별하다 보니 전하고 싶은 말을 전하지 못했다. 수영아! 우리에게 와 줘서 너무 고마웠어. 수영이와 함께 한 날이 우리 가정에겐 보석과도 같은 시간이었어. 너무 너무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할께. 평생이 어린이었던 수영아. 아직 13살에 머물러 있기에 어린이날을 축하해주고 싶어. 이 글을 어린이날 기념으로 수영에에게 바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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