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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자 Sep 30. 2023

84세 어르신 사연을 편지에 담다

할 수 있어요! 힘내세요!

마을학교에서 어르신들 사연을 듣다 보면 가슴 아리고 기막힌 일이 하도 많아서 소설을 몇 권 써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글 몰라서 겪은 일들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못한다. 문맹으로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사시는 분들을 위하여 그분들이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불편함을 덜고자  문해 수업을 하러 다니고 있는 나 이다. 우리나라가 이만치 잘 살 수 있는 것은 이분들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이분들을 알리고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의미로 대통령기 국민 독서경진대회 편지글 부문에 글을 보냈다. 다행히 입상권에 들었다. 다음은 그때 응모했던 편지글이다.(2021.)    

 

- 대통령기 제41회 국민 독서경진대회 편지글 부문대회 당진시 최우수상, 충남도 우수상, 전국 대회 우수상을 받았다.-     


 <84세 어르신 학생께>     

“죽기 전에 한글 읽고 쓸 줄 아는 게 소원이유.” 하시며 마을회관에 공부하는 날 오셔서 입학을 하셨지요. 장날이면 장사를 해야 되니까 그날은 빠져야 한다고 하시면서요. 그런데 폐 수술을 하시게 되어 수술을 하셨는데도 오일장 서는 날이면 장사를 하러 가시잖아요. 그런 어르신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짠하면서 무거웠어요. 이제 그만 장사는 안 하시면 안 될까요?


“난 꼭 한글을 배 원이야 되는 사람이여.” 하시며 공부하는 날이 장날이 되면 어김없이 장사하러 가시면서 숙제는 꼭 알려 달라고 하시고는 꼬박꼬박 숙제를 해 오시는 열정을 보면서 감사하기도 하고 정말 훌륭하세요. 장사해서 번 돈으로 장날 아닌 날 공부하러 오실 땐 과일을 듬뿍 사 오셔서 쉬는 시간에 함께 공부하는 친구 분들과 나누시는 넉넉함은 제가 배울 점이에요.    

 

 어느 날 글을 몰라 설움을 당한 말씀을 하시면서 꼭 한글공부를 하고 죽어야 한다고 그 이유를 말씀하셨을 때 제가 문해교사를 해야 하는 사명감이 더욱 불타올랐어요.


 “장사를 마치고 남은 물건 다라이를 맡기는 곳에 맡기려면 이름을 써야 하는데 내가 글을 모르니 옆에 글을 아는 장사하는 아주머니에게 내 이름을 써달라고 했어유. 그리고 다음날 다라이를 찾는데 사람들이 배꼽을 쥐고 웃는 거여유. 나는 영문을 몰라 왜 그러냐고 물었쥬. 그랬더니 글쎄 내 이름을 쓴 것이 아니라  '개 ○○년' 이렇게 썼대유. 글쎄.”   

 

교실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죠. 그리고는 못된 여자라고 다들 한 마디씩 하셨잖아요.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어요. ‘글을 모른다는 것이 이렇게  비참할 수 있는 거로구나, 글 좀 안다고 그렇게 할 수가 있는 걸까요?’    

 

“그때 결심했어유. 꼭 글을 배우고 죽으리라. 그런데 기회가 닿질 않았어유.”  

    

그런데 이렇게 마을회관에 오셔서 한글을 가르쳐 주시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고 좋아하시면서도 장날이면 늘 돈을 벌러 가시는 어르신! 안타까워요. 그리고 장하세요.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으시려고 그러시는 거잖아요. 비록 글은 잘 모르시지만 그 정신이 훌륭하십니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공부하러 오셔서는   

  

 “택배가 왔길래 포장을 뜯어서 하나를 먹었지 뭐여. 애들이 보냈나 보다 하면서. 애들한테 전화했더니 글쎄 안 부쳤다. 한참 있다가 이웃집에서 왔어. 택배가 이 집으로 잘못 배달되었다고. 하나를 먹어버렸으니 이를 어쩌냐구.” 그 말씀을 듣고 제 가슴도 답답했어요. “ 내가 글씨를 읽을 수 있었으면 이런 일이 생기겠냐구유, 선생님!”    

  

 그렇지요. 글자를 읽을 수 있었으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없겠지요. 얼마나 난감하셨을까요? 얼마나 답답하고, 미안하고 그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제가 어르신 같은 분을 위해서 문해교사를 하는 이유예요. 글자를 읽을 수 있으면 그런 일은 없겠지요. 그런 불편함을 풀어 드리러 제가 십리 길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이유입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글을 아셔서 생활하는데 불편이 덜 하시죠? 제가 더 열심히 가르쳐 드릴게요. 지금은 은행에서, 병원에서 이름도 주소도 떨지 않고 쓰시잖아요. 저도 기쁘답니다. 맞춤법 틀리는 것은 걱정 마세요. 내가 쓴 것을 다른 사람이 읽어서 뜻이 전달되면 되니까요. 그리고 읽을 수 있어 세금고지서 들고 이장님 찾지 않아도 되니 좋으시지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이지만 대면 수업 하게 되면 받침 있는 글자는 그때 저 하고 공부하면 됩니다. 비대면 숙제도 열심히 하셔서 감사드려요. 어르신! 이제 그림도 수준급 되셨어요. 그래서 “참 잘했어요.” 도장 꾸 ~ 욱 찍어드리는 거 아시죠? 어르신 건강하세요.


                           어르신을 사랑하는 한글교사 이상자 올림


이 학생은 이제 장사 하지 않고 공부하러 매일 오셔서 글자를 거의 터득 하셨다. 당신이 한글을 완전하게 알때까지 가르쳐 달라고 하는 학생이다. 할 수있어요! 힘내세요. 제가 도와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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