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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May 23. 2023

극I로 E들 그득한 외국계회사에서 살아남을 썰

파워 내향형의 사회화 

우리 회사는 E 의 소굴이다. 


기본적으로 직무 자체가 말로 하는게 90%이다 보니 애초에 지원도 E 들이 많이 한것 같다. 

나는 극 I 이지만 사회화되어 업무장에선 그 누구보다 E 처럼 보낼 수 있게 되었는데, 그래서 퇴근이후엔 완전히 방전되어 저녁약속은 물론 아예 밖에 나가지도 않고 침대에만 있었다. 


E들로 그득 그득한 우리 회사는 팀회식, 팀런치, 써머파티, 할로윈 파티, 연말 파티를 비롯해 뭐가 참으로 많았다. 나아가 이런 미팅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initiate 하는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다. 


어디서든 1등이 되고 싶어하는, 그런데 선천적인 극내향인인 나에게는 정말 이만한 challenge가 없었는데, 3년간 [노력 -> 방관 -> 거절 -> 노력 -> 발전] 의 단계를 거치며 현재 매우 사회화되어 버리고 말았다. 


[노력]

입사할때의 여느 누구와 같이 '난 무엇이든 해내겠다' 라는 마인드로 겁나 노력했다. 처음 보는 이들에게도 말도 걸고 팀이벤트에도 '어머, 좋아요!' 라고 하며 나는 술도 안마시는데 당시 주당들만 있던 팀에서 맨정신으로 막차까지 살아남고 새벽에 귀가했다. 

강한 자들만이 살아남는거라 생각했고 practice make perfect 이니 하다보면 괜찮아질꺼라 생각했다. 


[방관]

그러다가 현타가 씨게 오면서 반드시 참여해야하는 팀 회식 이외에 afterwork beer 라던지 불특정 다수를 위한, 그런데 이제 내가 그 다수에 포함되는 그런 이벤트들은 얼굴만 비추고 아무도 모를때 탈출하는 스킬을 터득했다. 방법은 우선 가방을 미리 쌓놓고 다들 모여 맥주 마시며 흥이 오를때 하하하~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방을 가지고 나오는거다. 


[거절]

그러다가 코로나 시기가 오며 1년반의 재택 시기가 왔으며 나또한 짬이 차며 이제 팀이벤트 마저 거절하는, 당시 핵E였던 나의 매니저에겐 망나니가 따로 없는 신여성이 되었다. 1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이미 나는 오피스에서 탑을 찍고 있었고 우리팀 실적도 내가 멱살잡고 이끄는 입장이였어서 당시 매우 오만방자했기도 했다 (물론 속으로 혼자 오만방자; 내향인이라 티 못냄). 그래서 당시에는 아주 당당하게 나의 버짓을 그대들에게 줄테니 나 없이 더 비싼고 좋은거 드시라 하였고, 효율성과 합리성이 만랩인 당시 우리 팀원들은 매우 기뻐하며 고오급 호텔에서 식사를 하였다. 이게 바로 윈-윈 이지!


[노력]

다시 노력을 하게 된것은 매니저 지원 준비를 하면서 였다. 나의 매니저에게 받은 피드백은: lack of office presense 였다. 코로나 재택 1년반동안 한번도 오피스에 나오지 않는 유일무이한 사람으로서 어찌보면 당연한 거였으나, 그래도 승진은 되야 하니 당장 그 다음날 부터 출근을 했다. 

그리고 여러 오피스 initiatives 들로 리딩하고 참여하며 반전적으로 그 나름대로의 맛을 알아 갔다! 


[발전]

역시 Practice makes perfect 이였던가 - 트레이닝 세션 리딩도 여럿 하니 쉬이 할 수 있게 되었고, 한번 initiative 를 리딩하니 그것이 나의 일과가 되어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

그러면서 associate 들의 좋은 피드백 "헤더님 세션이 제일 도움이 많이 됬어요!" 를 들으면 아주 뿌듯했고, 성과 채우는것과는 또 다른 결의 성췰감이 들었다. 


또 무엇보다 이런 오피스 대상의 initiative 를 리딩하며 정말 많이 배웠다. Goal setting, KPI setting, 세부 전략 setting, 월별 data review 등의 프로세스를 거치며, 다른 팀 소속 팀원들과 협력하며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는 방법을 배웠다. 


주로 단상에 있는 나를 보았으니 새로온 어쏘들은 나를 파워E 로 알더랬다. 지금은 오히려 발표하는 떨림을 즐기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난 청중으로서가 더 편하다 ㅎㅅㅎ



이 단계들을 거치며 나의 take away 는, 내가 하기 싫어도 일단 내가 원하는것을 이루기 위해 요구되는 부분이라면 일단 해보자는것, 그리고 해볼때 '아우 하기 싫어' 보단 이걸 하면서 배울 수 있는, 내가 성장 할 수 있는 부분들에 초점을 맞추며 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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