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프로그램에 한 번씩 물건을 지키는 강아지가 나올 때가 있다.
흔히들 보호자의 관심과 사랑을 원할 때 나타나는 행동이다.
우리 집에도 집착이라면 빠지지 않는 아이가 있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물건도 다양하다.
그중 단연 으뜸은 나와 남편의 손에서 떠나지 않는 TV 리모컨이다.
리모컨을 뺏으려고 하면 입으로 물고 TV 소리를 높이거나 채널을 끝도 없이 변경해 버리는 악행을 저지르는 악동이다.
남편은 강제로 뺏으려고 리모컨을 마주 잡고 혈투를 벌인다.
때때로 물리기도 하면서 뽀를 때리는 시늉을 하기도 하지만, 결국 때리지 말라고 소리 지르는 뽀 엄마를 이길 수는 없다.
몇 년간 리모컨 전쟁을 치르다가 결국 리모컨이 사망하는 불상사까지 생겼다.
할 수 없이 리모컨을 하나 더 사서 고장 난 리모컨을 뽀에게 맡겼더니 더 이상 리모컨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남편은 종종 양말을 벗어서 소파나 거실테이블에 올려놓을 때가 있다.
어김없이 뽀가 출동해서 양말을 사수한다.
어김없이 뽀 엄마는 왜 양말을 벗어서 빨래통에 담지 않고 애가 지키게 하냐고 잔소리를 쏟아낸다.
남편은 서둘러 양말을 뺏느라 뽀와 대치한다.
뽀가 눈을 부릅뜨고 남편을 째려본다.
급기야 입을 실룩실룩, 으르렁 거리며 가까이 오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보다 못한 뽀 엄마는 뽀에게 간식을 하나 주며 간식 먹는 틈을 타 양말을 뺏는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학습이라는 것이 된다.
우리 뽀는 물건을 지키면 맛있는 간식이 나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남편은 간식과 물물교환 할 생각은 안 하고 왜 매번 뽀와 실랑이하는 것을 선택하는지, 왜 학습이란 것이 되지 않는지 참으로 미스터리다.
왜 벗은 양말을 즉시 빨래통에 담지 않고 뽀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지 이것도 미스터리다.
그 외도 뽀가 지키는 물건은 다양하나 맛있는 간식과 간식 그릇을 빼놓을 수가 없다.
간식을 먹고 나면 먹었던 간식을 더 달라고 떼를 쓰지 않고 대신 간식 그릇을 지키고 주지 않는다.
그럴 때면 남편은 꼭 그릇을 뺏으려고 뽀와 싸움을 한다.
애 버릇만 나빠지니까 무관심하라고 뽀 엄마가 훈수를 두지만 남편은 참으로 말을 안 듣는다. ㅋ
뽀 엄마는 집착하는 뽀를 거실에 두고 혼자 안방으로 들어간다.
집착하는 뽀에게 무관심으로 대처하는 뽀 엄마의 방식이다.
그러면 뽀는 집착하던 물건을 입에 물고 방으로 따라온다.
뽀 엄마는 이런 뽀가 너무 귀여워 틈만 나면 사진을 찍는다.
도대체 이런 귀염둥이와 남편은 왜 싸우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