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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리 May 17. 2023

국어는 못 해도
글쓰기는 좋아합니다.

글쓰기에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써보겠습니다.

  브런치 작가 승인은 받은 지 2주가 지났지만, 발행한 글의 개수는 0이다. 새로운 공간에 내 글을 게시하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한 건지, 아니면 처음이기에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이러다가 나의 글 공간이 영원한 무의 상태로 가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밀려왔다(글 안 올리면 작가 잘리는 건가 하는 불안감인가). 호기롭게 도전했지만 지지부진한 글을 보면 내가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다. 조급한 마음을 다독이며 ‘작은 글 조각이라도 올려야지’라고 다짐하며 이리저리 글감을 찾아 서성거렸다.


  ‘세 번의 휴직’에 대한 콘셉트로 글을 쓰겠다고 했지만, 막상 몇 개의 글을 써보니 매번 부족함이 보였다.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이나 생각들이 평면적으로 그려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의 글쓰기가 이 주제를 담기엔 역부족인가? ‘휴직’이라는 단어의 ‘休’를 나의 의미로 확장하면서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休’가 무엇일까 고민하고 있었다. 김민식 작가님은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책에서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내가 하고 싶은 일에만 신경 쓴다고 말씀하신다. 나 또한 쓰고 싶으면 쓰고, 발행하고 싶으면 발행하면 되는 걸, 뭐가 그리 무서워 후들거리며 업로드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것일까? ‘세 번이나 휴직하다니 팔자 좋네’라는 오해의 눈빛이 두려운 건 아닌지…. 남들 눈을 의식하는 나의 쫄보 기질이 앞으로 내딛는 걸음을 방해하는 건 사실인 듯하다. 언제쯤 나도 남 신경 안 쓰고, 마음껏 쓰고 발행할 수 있을까 생각만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라며 이내 마음을 접었다.    




글쓰기 수업, 프리라이팅

    제주에서의 매주 화요일 오전은 짧은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한라산과 바다를 배경 삼아 애조로의 긴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어느새 글쓰기 수업에 도착한다. 운전대를 잡으면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이 스치는데, 오늘은 ‘브런치 스토리’에 대한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조각난 생각과 고민을 안은 채 수업에 도착했다. 수업이 시작함과 동시에, 프리라이팅을 위해 펜을 집어 들었다. 주제는 ‘오늘 아침 나는?’. 애조로를 달리며 머릿속을 메웠던 ‘브런치 스토리’에 대한 생각이 글자가 되고, 문장이 되고, 문단이 되었다. 


  ‘국어는 못 해도 글쓰기는 좋아합니다’라는 주제가 떠올랐다. 용기 있게 나를 드러낸다면 진솔한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자신만 망가지면 되는 자학 개그처럼 이 글감 또한 나의 못난 모습만 들춰내어 나만 부끄러우면 될 것 같았다. 수능 400점 만점, 언어영역 120점 만점의 학창 시절, 모의고사에서조차 언어영역을 100점 한번 넘겨보지 못했고, 수능에서 또한 80점대 맞은 국어 지지리도 못했던 사람.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나 독후감 대회 같은 건 언감생심이었기에 도전할 생각조차도 없었던 사람. 이런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언어적 소질 따윈 장착하지 못한 사람이 나였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이랬던 내가 이제 글쓰기를 한다고 매일 오전 카페에 가서 노트북을 켜고 앉아 있다는 게 믿기는가? 그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변해왔던 것인지, 글로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글을 쓰고 싶지만 내보일 용기가 없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었다.


  ‘글쓰기’를 주제로 글을 써보겠다는 용기는 어디서 생겼을까? 어쩌면 브런치 작가 합격이라는 것이 조금의 성취감을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블로그 이웃들의 따뜻한 댓글에 용기를 얻은 것일 수도 있다. 함께 글을 쓰고 피드백받으며 합평하는 글쓰기 선생님과 글동무들의 아낌없는 칭찬과 응원 덕분일 수도 있겠다.     

 

  주어진 글감에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적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글쓰기 방법이 프리라이팅이라고 배웠는데, 오늘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글을 쓰는 10분 동안 내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이 문자의 형태로 전환되며 신기하리만치 아이디어가 확장됨을 느꼈다. 스치듯 지나치며 소멸할 뻔했던 소중한 생각이 하나의 글로 완성되는 벅찬 순간이었다. 바버라 베이그는 그녀의 저서 <하버드 글쓰기 강의>에서 프리라이팅을 하면  자신의 생각과 어휘를 자유롭게 하여 마음속에서 말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는 능력이 향상된다고 말한다. 나 또한 애조로에서 스친 생각을 자유롭게 쓰고 보니 앞으로 써야 할 나의 주제가 선명해짐을 느낀다. 나의 글쓰기 성장 일지. 부디 이 글이 사장되지 않고 브런치의 첫 글이 되는 영광을 얻을 수 있길…, 제에발!      


나의 놀이터, 함덕해수욕장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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