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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현 Nov 17. 2023

비긴 어게인

외로움을 가진 사람

   [비긴 어게인]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가 영화 [원스]를 잇는 영화라고 들어서 처음부터 거부감이 들었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 스토리 스타일에 유명해진 노래도 악기 음과 맞는 노래 음이어서 그냥 알러지마냥 거부감이 들었다. 워낙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나랑 공감대가 맞을지는 모르겠다. 내용도 잘 기억이 안 날 정도니까.


 그런데 [비긴 어게인]이 나올 당시 난 심리적으로 많이 연약했고, 또 좋아하는 배우 둘이 포스터에 나왔고, 원래 음악을 좋아하니까 고민하다가 어떻게 보게 되었다. 본 상황도 기억이 안난다. 말하자면 사실 나에게 그 즈음의 기억은 대부분이 뭉개져 있다. 뚜렷한 기억이 별로 남아있지 못할 정도로 내 뇌는 자기보호본능을 수행중이었다.


 영화 초반부터 나를 끌어당기지는 못했다. 안그래도 여의치 않았던 상황에 있어서 그저 아무 기대 없이 시간보내기 용이었을 수도 있다. 실은 개봉했을 때 본 것도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기억이 없다.

 그런 영화를 제목으로 갑자기 왜 글을 쓸 생각이 들었냐면, 요즘 정주행 중인 종영 프로그램에서 [비긴 어게인] OST가 흘러나왔는데 그 때 감성이 문득 코끝을 스쳤다.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그 노래와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모습이 순간 기억이 났다. 난 그 장면에서 많은 것이 명료해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어떤 마음을 먹게 되었고 또 내 속을 들여다 본 느낌도 들었다. 오히려 시원하고 맑았다. 나도 이젠 무언가를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엔, 사람마다 느끼는 감성적인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그걸로 누군가와 성향이 잘 맞을지 알수도 있다고 한다. 완전히 공감하진 못하지만 적어도 같은 장면에서 같은 감성을 느낀다면 반가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 당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었다. 아, 하나 있었는데 그 당시 나와 많이 비슷했지만 미세한 다름이 우리의 장르를 벌려놓아 서로를 채울 순 없었던 것 같다.



 어쨌든 문득 그 당시 그 영화의 느낌이 살아나니 시선이 창 밖을 향했다. 아직 해는 지지 않았지만 구름 있는 하늘은 예뻤다. 변태같을 수도 있지만 그 때 그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어졌다. 하지만 요즘 날씨는 그때 기억보다 꿉꿉하고 답답하다. 바뀐 거처의 주변에는 마음 놓고 걸을 곳도 없었고 오히려 숨을 데가 없어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그 때의 나와 많이 달라서, 훨씬 온전하고 또 완전하기에 안정적이다. 수월한 인생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때보다는 내가 훨씬 나 스스로 충만해졌다. 어느 날 인스타 스토리에 올라온 '없으면 못 사는 내 반쪽 올리기' 태그가 있어 우리 집 고양이 사진을 올리려다가 잠시 고민에 빠졌었다. 이미 난 거처를 옮겨서 고양이와 떨어져 산 지 좀 되었고, 우리 집 아이들은 나이가 많아 조금씩 괜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다. 나의 평온 유지하기에 많은 의지가 되어주는 사람을 올릴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못 살겠다 하면 나를 못살게 하는 무언가를 쉽게 포기할 마음이 있다. 처음 한 번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때 내가 느꼈던 그 마음 깊은 속까지 환기가 된 듯한 시원한 느낌을 전해주고 싶어서 갑자기 글이 마려웠던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봤다는 종영 프로그램에서의 그 OST 등장은 장면에 비해 노래가 꽤 아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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