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고라니
우리가 아기를 키울 땐 체중을 매일 재지 않는다. 당연하게 울 때마다 먹이고 닦여주고 소화되게 쓰다듬어주니까. 아직 난 아이를 낳아보지 않았지만 생각해보면 사람은 자식에게 소요하는 노력이 상당하다. 나도 그렇게 컸겠지.
오뉴월의 센터는 새끼들로 북적북적해진다. 7월이 다가올수록 새끼 너구리와 새끼 고라니들도 앞다퉈 들어온다. 이때는 직원들이 모두 긴장을 놓지 못하고 매일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먹이는 일에 바쁘다. 그 와중에 다쳐서 구조된 애들도 적지 않아 진료도 바쁘다. 수술이라도 있다 치면 그날은 퇴근도 늦어질 수 있다.
구조된 새끼들이 알아서 잘 커 주면 좋으련만, 새삼 야생의 부모들이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새끼 포유류들에게 젖꼭지를 익숙하게 만드는 일이나, 똥은 잘 쌌는지, 무르거나 너무 단단하진 않은지 확인하는 일 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체중을 수시로 재며 잘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물론 실제 바깥에서 부모가 키울 때 모든 자식을 살릴 확률이 사람이랑은 다르다. 사실 다큐에서는 자식을 잘 키우는 것만 비춰진 것 같기도 하다. 전문가 선생님께 물어보면 새끼 고라니도 모두 살지는 못한다고 한다. 그러면 안도감이 드는 걸까. 그렇지도 않다. 센터에서는 분명 비도 피할 수 있고 찌는 듯한 더위도 피하며 매일 신선한 먹이가 제공되는데, 아무리 검사해봐도 큰 이상이 없던 작은 생명들이 갑자기 죽는 경우엔 참 허무해진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새끼 고라니한테서 떨어지지 못한 나는 딜레마에 빠진다. 직원들 모두 고민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보니 한숨이 나에게까지 느껴진다. 다만 모자랄 것 없이 주려고 노력해도 야생에서 어미의 보살핌 아래 크는 새끼 고라니보다 성장이 더딘 건 장기적인 프로젝트로 모두가 합심하여 노력해보지 않고서야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걸 난 올해에는 어떻게든 시작이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디 작은 생명이 그나마 먹이를 다 먹고 건강히라도 성장하면 우린 행복이다. 그저 어미처럼, 야생에서처럼 보살펴주지 못하는 이 간극을 해소할 수만 있다면 노력해보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뭘 더 못 해준 걸까.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진단검사가 필요한 걸까. 하염없이 자책하면서 다른 방법을 모색해본다. 그러다 보니 센터에서는 항상 회의와 공부가 필요하다. 나도 아직은 경험에 의존하는 편이다. 사실 공부라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은 남들의 경험적 지식인지라, 되기만 한다면 어미 고라니의 모유를 조사해서 인공 개발이라도 하면 애들이 살아날까 고민도 해봤다.
그치만 이 세상에서 야생동물을 살리는 일은 별로 돈이 되지 못한다. 크고 넓게 보면 경제적 파급력이 있다지만, 지난 몇 년간 느낀 바로는 생명과학 중에서도 동물은 정말 쳐주지도 않는 분야라더라. 기초 과학들 사이에서도 서로를 견제하며 우위를 정한다는데, 반려동물도 아닌 야생동물은 낄 곳도 없다. 그래서인지 연구/학문 분야에서도 블루 오션이다. 아니면 황무지던가.
그럼에도 우리는 실제로 우리 손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보고 느끼기에 어쨌든 노력할 수밖에 없다. 보는 것도 힘든데 내 손 안에서 생명이 사라지는 걸 느껴보면 그거 정말 사람이 나약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