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편
그때 난 너무 내 안에만 갇혀있었다. 아무도 나를 이해 못할 거라 생각했다. 내 안에 좁은 칸을 만들어 벽을 세우고는 누군가가 꺼내주길 바라면서도 문을 열지 못했다. 아니, 문을 만들지도 않았던 것 같다.
간간이 내 인생에 등장하는 키 크고 살결이 뽀얀 인물은 너부터 시작했던 것 같다. 티 하나 없이, 모자람 없을 것 같던 네가 나에게는 관심도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문득 떠오른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가 너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나 보다. 그중에 네가 제일 내 편에 서줬었는데. 왜 난 이제야 깨달은 걸까. 아무렇지 않게 내 의견을 물어봐 주고, 내 건강을 걱정해주던 너를 왜 난 그렇게 바보같이 어울리지 않을 거라며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어쩌면 지금의 키 크고 뽀얀 사람들이 내 옆에 튼튼히 서 있는 것처럼 너도 그랬을 수 있을 텐데.
마치 넌 적당히 시원하고 하늘이 무척 맑은 날의 햇살을 업고 다니는 것 같았다. 아마 지금도 그렇게 잘 지내고 있겠지. 요즘 내가 빠져 있는 바다와도 닮은 너를 이제야 찾은 건 내 잘못이다. 그때의 그 친절을 난 반갑게 받았어야 했는데 너무 아쉽기만 하다. 그때 난 모두가 나를 싫어하는 것만 같아서, 너도 나와 어울리지 않을 거라며 내가 벽을 열심히 쌓은 것 같다. 그때의 내가 참 어리석었구나.
지금의 난 모두에게 열려있다. 그래서 언제나 상처받지만, 언제나 사랑도 받고 있다. 부디 너는 나보다 더 건강한 사람이기를 바란다. 꽃을 이름에 담은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