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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 Perich Dec 06. 2023

크리스마스트리 장식과 눈 치우는 아이들

지난 일요일, 드디어 눈 같은 눈이 왔다. 기온도 월요일부터 급격히 떨어져 낮에는 영하 5도에서 10도밤에는 영하 8도에서 15도 정도이다.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이고 찬바람이 매섭게 불어 대니 이제야 정말 겨울이 온 것 같다.

눈이 오는 일요일 아침,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어김없이 오전 산책을 나갔다. 신이 난 만두와 하나는 눈 속에 코를 파묻고 킁킁 냄새를 맡기도 하고, 길가에 쌓인 눈을 야금야금 파먹기도 한다.


아직 부츠를 사용할 정도는 아니다. 만두 오른쪽 뒷발은... 내가 발톱을 너무 짧게 잘라 피가 났었다 ㅠㅠ 보호 차원에서 거즈로 감싼 뒤 부드러운 강아지용 양말을 신겼다.



한 시간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기로 했다. 이곳에선 11월 말이나 12월 초가 되면 대부분의 집에선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고, 집 안의 데코레이션도 크리스마스 풍으로 바꾼다.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백만 불짜리 미소를 날리는 포토제닉 만두. 반면 하나는 정말 사진 찍기가 힘들다. 몇 번을 시도하다가 포기했다.



우리는 간편하게 인조 나무를 사용하는데 진짜 나무를 사서 트리 장식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시아버지도 아직 진짜 나무를 고집하셔서 매 12월 초가 되면 나무 쇼핑을 가신다. 넓은 벌판을 돌아다니며 마음에 드는 나무를 고른 뒤 일하는 직원에게 말하면 아래 동영상처럼 예쁘게 포장(?)을 해서 트럭 뒤에 실어준다.




몇 해 전 시아버지와 함께 나무를 사러 가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다. 워낙 트리가 커서 온 식구가 달라붙어 장식을 했는데도 장장 3시간이 걸렸었다.



아무튼, 둘이서 아웅다웅거리며 트리를 장식하고 점심은 외식을 하기 위해 외출을 했다.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현관문 CCTV 알림이 울렸다. 배송업체가 일요일에도 일을 하나 싶어 확인을 하려는데 신랑 폰으로 앞 집의 브루스 할아버지의 문자가 도착했다.

[너희가 집에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아이들 세 명이 너희 집 드라이브 웨이를 치우고 있어.]



미국은 아이들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허드렛일을 하면서 용돈을 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여름에는 걸스카웃 쿠키나 집에서 키운 야채과일 같은 걸 팔기도 하고, 겨울이 되면 이렇게 드라이브 웨이의 눈을 치워주고 돈을 버는 것이다.

올여름엔 동네에 사는 여자아이 한 명이 자신이 여름 동안 할 사업(?)을 전단지까지 만들어서 찾아온 적이 있었다. 강아지 산책 사업인데 자신이 얼마나 강아지를 좋아하는지, 얼마나 책임감 있고 안전하게 강아지를 산책시킬 것인지에 대해 똑 부러지게 홍보를 했었다. 물론, 만두와 하나의 별난 성격 때문에 아이에게 산책을 부탁하지는 못했지만 고작 10살쯤 돼 보이는 아이가 너무 대견하고 귀여워서 얼굴에서 엄마 미소가 떠나지 않았었다.

사진을 받아 들고 신랑과 나는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이렇게 작은 꼬맹이가 자신의 보다 더 큰 삽을 들고 눈을 치우는 모습이라니ㅜㅜ 너무 귀여워!


집에 돌아가면 찾아가서 용돈이라도 줘야겠다 싶어 얼굴을 살피는데 아무리 봐도 처음 보는 아이들이다. 브루스 할아버지도 모르는 걸 보니 아마 옆 동네나 옆 옆 동네에서 온 아이들인 것 같다.

다음에 이 아이들이 다시 찾아오면 따따불로 용돈 줘야지!

그날 저녁, 집 외부의 조명도 밝혀 보았다.

눈도 오고 크리스마스트리도 장식하고 외부 조명도 불을 밝혔다.


이제야 미네소타에 진짜 겨울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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