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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 Perich Dec 27. 2023

브라운 크리스마스 (A Brown Christmas)

무엇보다, 가족


미국으로 이민 와서 처음으로 눈이 없는 브라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12월에 상상할 수도 없는 따뜻한 기온에 오라는 눈은 안 오고 크리스마스이브부터 지금까지 계속 비만 내린다. 습기 가득한 눅눅한 공기, 추운 것도, 따뜻한 것도 아닌 미적지근한 날씨, 축축하고 질퍽거리는 땅에 제발 눈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요즘이다.

시부모님이 이혼을 하셔서 크리스마스를 따로 지내는데, 약 1주 전에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를 시어머니 댁에서 보냈고, 크리스마스 당일은 시아버지 댁에서 보냈다. 선물을 주고받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 먹고, 술도 마시고, 게임도 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12월 27일,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흐르고,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한 해가 훌쩍 지나가 버리는 느낌이다. 새해에 세웠던 거창한 계획들은 일상에 파묻혀 잊은 지 오래고, 내일, 모레로 미루며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은 알 수 없는 자괴감과 후회로 밀려온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쩔 수 없이 성과 지향적이고 목표 지향적이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나의 노력과 의도까지 별 볼일 없는 것으로 폄하해 버린다.

하지만 올해 초, 40대로 첫해를 시작하며 다짐했었다. 스스로에게 조금은 관대해져도 된다고, 20대와 30대 때 정말 고생하며 열심히 살았으니 이제는 조금 여유를 부려도 된다고, 꼭 대단한 성과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충만한 해를 보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거라고 말이다.

2023년이 얼마 남지 않은 오늘, 한 해를 뒤돌아보며 나에게 칭찬을 한다.
새롭게 도전한 브런치에서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성실함에.
직장을 때려치우지 않고 진득하게 붙어있는 나의 인내심에.
여전히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의 도전 정신에.
귀찮아도 꾸준히 운동을 해온 나의 끈기에.

그리고 감사한다.
우리 가족들, 강아지들 모두 큰 사건, 사고 없이 건강히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음에.
함께 미래를 계획하고,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부부의 연으로 또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음에.
기꺼이 나누고 베풀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가족이 내 곁에 있었음에.

내년에도 건강히, 서로 사랑하며, 감사하며 살아가길 바라본다.




올해는 크리스마스이브와 크리스마스 날 일을 해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직장동료들과 병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잠을 줄여 짬짬이 가족들과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시어머니 댁에서 보낸 이른 크리스마스
신랑 생일
크리스마스 다음날, 시아버지 댁에서 사우나 ♡
만두와 하나도 시어머니 개들과 즐겁게 놀았던 크리스마스.
시어머니 말들. 내 손까지 먹을 기세 :)




여러분도 따뜻하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셨기를 바랍니다. [겨울 왕국, 미네소타]와 [내 마음대로 혼술]은 새해를 보내고 2 주 뒤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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