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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 Perich Jan 11. 2024

일본식 라멘과 사케(Sake)

수학적 통계와 행복의 기준


며칠 전, 생각 없이 SNS 피드를 넘기다가 동기 부여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다.

당신의 냉장고에 먹을 음식이 있고, 몸에 걸칠 수 있는 옷이 있고,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면 전 세계 85% 사람들보다 운이 좋은 사람이다.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고, 가까운 거리라도 여행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전 세계 상위 10%의 상류층에 속한다. 지금 이 영상에 쓰인 글을 읽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다면 당신은 전 세계 5%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얼마나 행복하고 운이 좋은 사람인지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야 한다. (영상에서 소개했던 수치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충 이 정도였던 것 같다)

자신이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영상의 취지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조금 거슬렸던 것은 당신이 이런 특권을 누리며 살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달아야 한다는 문구였다.

과연 이런 물질적인 것들이, 수학적인 통계가 우리의 행복을 결정지을 수 있을까?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가졌다고 해서,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배웠다고 해서 더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그 행복의 기준은 도대체 누가 정하는 것일까?

인스턴트커피 한 잔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몇십억을 손에 쥐고도 불안에 떠는 사람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맞잡은 손의 온기만으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거미줄같이 얽힌 수많은 가족들 사이에서도 기댈 곳이 없어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물론 돈은 중요하다. 재정적 결핍은 심리적 불안과 육체적 피로를 야기한다. 겪어봐서 잘 알고, 다시는 그때의 가난했던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부자는 아니지만 그저 평범하게 남들처럼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하다.

그런데 나보다 부자로 살고 있는 사람들도 과연 나처럼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갈까? 그 사람들이 나보다 돈이 많으니, 가진 것이 더 많으니, 나보다 더 많이 배웠으니, 나보다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반대로, 나보다 덜 가진 사람들은 가진 것이 적으니 당연히 덜 행복할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이런 수학적인 통계가 과연 행복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또 꼭 누군가와 비교를 해야지만 내가 행복한지, 행복하지 않은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일까?

행복.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

감사.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

남들이 말하는 행복의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출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찌 되었든 행복은 내가 느끼는 나의 감정이므로.

사랑하는 사람과 새로운 하루를 건강히 시작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강아지 두 마리와 매일 산책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가족들이 곁에 있음에 감사하고, 삶의 계획과 목적이 있고,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음에 감사한다. 곤히 잠든 만두와 하나의 숨결에 감사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한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나의 남편이라는 사실에 감사한다. 이런 감사함이 모여 행복이 된다. 작은 일상들이 모여 행복이 된다.

당신은 어떠한가?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당신은 얼마나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살고 있는가?




레스토랑에서 사 먹은 일본식 라멘과 사케. 마수에 담긴 사케는 마수 컵 채로 마셔야 복이 온다는 말에 제법 센 술인데도 전부 다 마셨다. 새해를 맞아 복을 엄청 받아보겠다는 일념으로.





다들 새해 잘 보내셨나요? 새해에 세웠던 목표와 계획을 12월까지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한 해가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추운 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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