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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인 Apr 19. 2023

삶은 다시 시작할 수가 없다.

영화 <도쿄 소나타>(2009) 간단 리뷰(스포일러 O)

[영화 도쿄 소나타 정보]


 무너지고 있는 가족. 그 상황에서 각 가족의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건 이 가족 밖으로 도망치는 것뿐이다. 그래서 달리고 달려서 먼 곳까지 와서 느낀 건 현실은 차갑기만 하다는 것이다. 다시 살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당연히 다시 시작할 수가 없다. 그렇게 감정을 쏟아내고 난 후,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가족의 구성원들. 그렇게 원래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갔다.






<도쿄 소나타>(2009) 스틸 컷


 직장을 잃은 아빠, 집안일 및 허드렛일에 지친 엄마, 일본의 사회와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도피를 하고 싶은 첫째 아들, 피아노를 배우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둘째 아들이 모여 무너지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 준다. 결국, 가족에서 멀리 도망치는 구성원들이다.



 그렇게 멀리 도망쳤기에 뭔가 해결된 줄 알았겠지만 달라지는 건 없다. 오히려 차가운 현실을 더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아니면, 도망쳐도 해결이 안 될 걸 알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뭐라도 해보려는 일종의 발악이 아니었을지. 그러면서 보게 되는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 그들과 동질감 같은 것을 느꼈지만 그들의 쓸쓸한 죽음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생각을 종합적으로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난 저렇게 죽고 싶지 않아'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건 너무도 싫어 누군가에게 외치기 시작한다. "다시 시작할 수 없을까?" 이런 말을 하지만 당연히 한 번 시작된 삶은 다시 시작할 수 없다. 그렇게 외치고 나서 터덜터덜 가족의 구성원으로 돌아간다.



 마지막, 자기 자식의 피아노 연주는 일종의 희망과 같았다. 피아노의 소질이 있는 아들이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 흐뭇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 피아노 연주 소리에 희망을 느꼈지만 연주가 끝나고, 가족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간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작품은 이전 <큐어>와 <스파이의 아내>를 접하면서 이 감독만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이번 <도쿄 소나타>의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가족의 느낌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그 영화들보다는 강하게 표현하는 게 좋았다. 기회가 되면 이 감독의 과거 작품들을 보고 싶다.






별점 : ★★★★

(5개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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