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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인 Jun 13. 2023

영화에 빠지다. [3]

이 글을 쓴 사람의 성별은 남자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취미 생활이 되어 갔다. 그러던 중, 이제 상업 영화, 유명한 영화뿐만 아닌 폭넓게 다양한 영화들을 보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건 우연히 본 <헤이트풀 8>(2015)을 본 이후부터였다.






<헤이트풀 8>(2015) 스틸 컷


 대학생 때로 기억한다. 그날은 엄마와 함께 일이 있어 어디로 가야 했었고, 일이 마친 뒤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내가 영화를 보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근처 영화관에 도착했고, 뭘 볼지 고민하다가 이 영화가 눈에 띄었다. 포스터를 보니 서부극 느낌도 있고 당시 개봉한 영화와는 뭔가 달라 보여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를 보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의 영화는 처음이어서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함박눈이 내리는 곳에서 걸어가던 한 흑인이 지나가던 마차에 타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데, 대화가 무슨 이상하기도 하고 진지하면서도 웃음이 나기도 하고 폭력적이거나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게 여태껏 영화를 보면서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대화는 좀 더 지저분해졌고 인물들의 행동도 과격해졌다. 그러다가 한 인물이 급작스럽게 죽으며 좀처럼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이 안 됐다.



 사람을 죽인 범인을 찾기 위해서 그 흑인이 말을 하는데, 처음엔 지루했지만 점점 재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인문들 역시 그 흑인과 말을 주고받는 것에 대한 재미도 올라갔다. 어떤 감동, 코미디로 영화의 재미를 찾은 게 아닌 폭력, 욕설, 잔인함으로 발견한 재미는 이 영화가 처음이었다.



 마지막까지 정말 재미있게 봤으며, 세상에 이런 영화도 있다는 것에 큰 충격과 즐거움을 얻었던 시간이었다. 덕분에 나는 이때부터 다양한 영화들을 찾아서 보기 시작했다. 특히 이 영화의 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를 만나면서 내 영화에 대한 견문을 넓힐 수 있었다. 이 <헤이트풀 8>(2015)이 내가 본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첫 영화였다.






폭력적이며 화끈하고 웃긴 영화를 만드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8>(2019) 스틸 컷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나의 영화 인생에서 특별하다. 어쩌면 이 감독의 영화를 처음 접했던 <헤이트풀 8>(2015)을 보기 전과 본 후로 나의 영화 인생을 나눌 수 있다. 보기 전까지는 극장에 개봉하는 유명한 영화들에만 관심을 보였다면, 본 후에는 극장에서 개봉하는 영화뿐만 아닌 일명 예술 영화, 독립 영화 등에 관심이 생겼다. 더욱이, 그렇게 보다 보니까 과거(20세기) 작품들에게도 관심이 생겼다.



 <헤이트풀 8>(2015)을 본 후 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팬이 되었다. 그래서 그의 다른 작품들인 <펄프 픽션>(1994), <저수지의 개들>(1992)를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이나 인물 간의 대화나, 펼치는 액션 같은 것들이 저급하지만 정말 재밌다. 재밌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에 몰입을 할 수 있었고, 이때부터 그의 다른 영화들을 모두 찾아보았고 그의 신작이 나올 때 무조건 챙겨 보게 되었다.


 





<펄프 픽션>(1994) 포스터

 

<저수지의 개들>(1992) 포스터


 그 이후로 많은 감독들 만나고, 그 감독들의 영화를 보면서 지금의 영화 없이 못 사는 사람이 되었다. 그 초석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만나고 그 감독의 영화들을 보기 시작했을 때이다. 정확히는 <펄프 픽션>(1994), <저수지의 개들>(1992)을 봤을 때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늘 10번째 영화를 만들고 은퇴를 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의 10번째 연출작이 될 <더 무비 크리틱>(2024)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다시 돌아올 수는 있겠지만 영화는 이 작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현재 꽤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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