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후기

by 이유진 봄해


결혼기념일 열한 해가 되던 시월의 끝자락에, 내 손에는 한아름 꽃다발이 들렸다. 나는 꽃을 싸는 손을 바라보며 가을 들에서 꺾어 올린 듯하게 담아 달라고 말했다.


차가 신호에 걸릴 때마다 조수석에서 꽃잎이 한 번씩 흔들렸다. 핸들을 잡은 손바닥의 감각이 고인이 된 아버지의 시신을 인수하러 가던 날을 불러왔다.


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상하게도 고요했다. 방문 틈으로 아이들 코 고는 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하듯 잠시 서 있다가 꽃을 등 뒤로 감춘 채 복층으로 올라갔다.


누군가 늘 기도하던 자리.


나는 가슴 앞으로 꽃다발을 꺼내어 건넸다. 아내 얼굴이 꽃보다 먼저 피었다. 아내는 눈길을 꽃잎 사이로 잠깐 숨겼다가 눈가를 붉혔다. 얼굴이 꽃 쪽으로 천천히 기울었고, 그 각도가 내게 오래 남았다.


그날 내 기쁨은 꽃이 아니었다.



내가 꽃 향기를 나누듯 얼굴에 가까이 다가서자, 아내는 괜히 투덜거리는 말을 흘렸다가 피식 웃었다.

그 시간이 내게 기쁨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더하지 못한 채 아내 곁에 앉았다. 서로의 얼굴에도 검버섯이 피어 있었지만, 마음은 시들지 않았다. 마르지 않았다.


오늘 그 대상이라는 꽃을 받아 들고도, 나는 결국 그날의 얼굴을 다시 꺼내어 품는다. 우리 삶은 어딘가를 향해 함께 기울고 흘러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유진 봄해 작가입니다.


제13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발표 이후 많은 축하를 받았습니다. 그 마음에 바로 답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계속 남았습니다. 늦었지만 짧게나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동안 뒤로한 글을 다시 들여다보며, 글벗님들께서 남겨주신 마음도 함께 되짚어 보았습니다. 「꼭 무연고 처리해 주세요」를 통해 저를 좋은 마음으로 알아주시고, 이후에도 계속 글을 쓸 수 있도록 마음을 기울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때도 지금도, 저는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얼마 전 지인의 생일이 있었습니다. 작은 선물과 함께 한 장의 편지를 담으려고 식탁에 앉았습니다. 아내와 한참을 고민하다 아내는 저에게 뭐라고 쓸지 말 좀 해보라고 했습니다. 도무지 한 줄을 못쓰는 저에게 아니 대상 받았다며 왜 한 줄을 못쓰냐며 피식 웃어 보였습니다.


선정된 작품 표지에 우두커니 의자가 있어서?ㅡ나무옆의자 출판사 홍보 중ㅡ얼버부렸지만 선정된 뚜렷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감사한 마음에 출판사의 심사 소감을 계속 곱씹게 되었습니다.


나무옆의자 [출판사 심사 소감]

능숙함 보단 진정성이 가득한 글들이었다. 투박하지만 써보겠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더욱 많이 읽으시라. 꾸준히 쓰시라. 계속 지우시라. 그리고 또 읽으시라. 곧 세상이 당신의 글을 찾아올 것이다.


그때도 지금도 저를 찾아와 주시고 마음을 남겨주신 소중한 글벗님들.


그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많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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